“미친 운전자가 인도로 차를 몰아 사람들이 죽어갈 때는 그 미친 운전자를 먼저 끌어내려야 한다.” 독일 루터교회 목사이자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옥중 서신 내용이다. 여기서 퇴출해야 할 미친 운전자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 전 독일 총통이다. 본회퍼는 결국 히틀러 암살 모의에 가담했다가 발각돼 종전 한 달 전에 처형됐다. 그가 1943년 체포된 후 친구와 가족에게 보낸 서신은 ‘옥중 서신―저항과 복종’이라는 책으로 출간돼 행동하는 종교인과 지식인의 필독서가 됐다. 물질과 세속권력 앞에 무릎 꿇고 비굴하게 사는 것을 거부한 본회퍼야말로 진정한 하느님의 가르침을 실천한 성인이 아닐까.
인도 초대 총리 네루는 딸에게 196통의 옥중 서신을 보낸 것으로 유명하다. 독립운동을 하다 아홉번이나 감옥에 갇힌 그는 아내마저 수감되자 1930년부터 약 3년간 외동딸 인디라 간디에게 수많은 서신을 보냈다. 집에 13살 난 딸만 남았으니 걱정과 그리움이 얼마나 컸겠는가. 아버지의 서신을 통해 역사의식과 독립정신을 키운 딸은 인도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다. 네루의 서신을 모은 명저 ‘세계사 편력’은 옥중 서신의 백미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