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잡아도 버리기 바쁩니다.”
지난달 31일 오전 5시 강원 속초 앞바다. 29t급 정치망 어선이 기중기를 이용해 바다 한가운데 설치한 그물을 끌어올리자 동해안 해역에 서식하는 각종 어류가 파닥거리며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어망 한가득 물고기가 잡혀 올라왔지만 선주 김모씨와 선원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대부분이 금어기라 포획할 수 없는 생선 ‘대구’였기 때문이다.
선원들은 체장 50㎝가 넘는 큼지막한 대구를 건져내 연이어 바다로 던졌다. 이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대구를 풀어주고 나자 어망에 남은 생선은 많지 않았다. 선주 김씨는 “매년 1∼3월은 동해안에서 잡히는 어종이 많지 않아 사실상 보릿고개”라며 “몇 년 전부터 대구가 많이 잡히기 시작했다. 어업 종사자들이 겨울을 버티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지만 금어기 때문에 놔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원도 해양수산국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4월 해수부를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는 등 1년간 꾸준히 현장 상황을 전했다. 속초·인제·고성·양양을 지역구로 둔 국회 농림수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이양수 국회의원과 함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정부를 설득했다. 이동희 도 해양수산국장은 “올해 5월부터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동해안 대구 금어기 설정을 위한 산란기 조사에 들어간다”며 “결과에 따라 내년부터는 동해안 대구 금어기가 변경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1일부터 대구 조업에 나선 어민들은 환영 목소리를 냈다. 선주 김씨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어제 대구 1500㎏을 잡았고 오늘은 2000㎏을 포획했다”며 “오랜만에 위판장이 활기를 띠었다”고 전했다. 김필수 도 관광수산특보는 “급격한 수온변화로 어업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어업인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며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이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