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국제개발처(USAID)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소프트파워를 세계에 확산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온 기구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재임 당시 통과된 '외국원조법'에 따라 설립돼 별도의 독립 부처가 됐다.
당시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과 소련이 모든 분야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갈등하는 냉전 시대에 해외 지원을 통해 소련의 영향력에 대항하는 효율적인 방안을 고민했다.
USAID는 세계 최대 개발협력기구이기도 하다.
직원 1만여명에 연간 예산은 428억 달러(62조4천억원) 가량으로, 2023 회계연도 기준으로 400억 달러(약 58조 6천억원)가 넘는 예산을 책정해 세계 130개국에 다양한 개발원조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이런 국제개발처는 창설 후 지금까지 미국 내에서 정파 간 이견에 따라 자주 도마 위에 올랐다.
USAID에 비판적인 이들은 주로 미국의 해외원조 프로그램이 미국민의 혈세를 외국에 퍼준다는 인식을 가진 것과 반대로, 지지자들은 개도국 지원이 미국의 대외 이미지를 제고해 소프트파워를 높이고 적성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확산을 차단하는 데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원조를 받는 해외에서도 USAID에 비판적인 시각이 없지 않았다.
USAID의 지원이 순수한 인도주의 측면을 벗어나 미국의 입맛에 맞는 세력에 지원을 집중해 타국의 내정에 개입하는 정치적 도구로 이용된다는 비판이다.
공화·민주 양당의 정치철학에 따라 견해차는 늘 있었다.
공화당은 대체로 국무부에 USAID의 정책과 자금지출에 대한 통제권을 더 부여하는 방안을 선호해온 데 비해 민주당은 USAID의 자율성을 중시해왔다.
특히 공화당은 국제 인권, 난민 보호, 분쟁지역 평화유지 등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미국은 유엔인구기금을 비롯해 여러 유엔 기구와 팔레스타인자치정부 등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 바 있다.
미·소 대립이 치열하던 냉전 당시 소련에 대항하는 미국 정부의 한 축으로 출범한 USAID는 소련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지만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과 함께 사실상 간판을 내리고 국무부로 통합될 운명에 처했다.
트럼프 정부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USAID 처장 대행을 당분간 겸임하도록 하고,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를 중심으로 USAID의 구조조정을 감독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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