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지만 급격한 사회변화로 범죄자가 들끓으며 골머리를 앓았다. 영국 정부는 식민지였던 미국에 해마다 약 1000명의 죄수를 보냈다. 미국이 1776년 독립하자 영국은 유배지를 호주로 바꿨다. 당시 영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호주로 떠난 사람이 약 16만명에 달했다. 이민자의 나라 호주 역사는 범죄자에게서 시작된 셈이다.
200여년이 흘러 다시 죄수 수출이 부활할 조짐이다. 지난해 영국 정부가 에스토니아로 죄수를 옮기려 한 것으로 드러나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영국 수감자는 현재 8만9000명 수준에서 내년 10만명을 넘어설 전망인데 이미 교도소가 꽉 찼다. 이와는 달리 에스토니아는 낮은 범죄율로 교도소 절반이 텅 비어 있다. 영국에서 수감자 1명에 들어가는 연간 비용은 5만파운드로 동유럽국가 1만∼2만파운드보다 훨씬 많다. 영국은 세금을 아끼고 에스토니아도 수익을 챙길 수 있으니 서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앞서 노르웨이와 벨기에도 네덜란드 교도소를 빌려 썼다. 이후 네덜란드는 교정시설·인력난에 처하자 발칸반도 소국 코소보의 교도소 감방 300실을 10년간 2억1000만유로(약 3107억원)에 임차하는 일까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