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우리생물] 매화마름

몇 년 전 7월, 나는 몽골 호브스골(Khovsgol) 인근의 초원을 탐사하고 있었다. 드넓은 초원에는 작은 웅덩이가 곳곳에 있었고, 그 안은 앙증맞은 하얀 꽃을 피운 식물들로 가득했다. 몽골의 초원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 식물은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는 매화마름(Ranunculus trichophyllus var. kadzusensis)과 유사한 식물이었다.

이렇게 매우 유사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자생하는 매화마름의 사정은 사뭇 다르다. 몽골의 초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는 일부 지역에서만 분포하는 멸종위기야생식물 Ⅱ급이기 때문이다.



매화마름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잎은 깃털 모양이다. 꽃은 4∼5월에 흰색으로 피는데, 하늘이 비치는 수면 위로 1㎝ 안팎의 꽃이 만개할 때면 마치 밤하늘의 별들이 반짝이는 모습과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또한 그 주변으로 숱한 생명체들이 살아가는데, 물속에 잠긴 줄기와 잎은 작은 어류와 양서류, 저서생물들의 터전이 되고, 이를 먹이로 삼는 조류가 활동을 펼치며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작은 생태계로서 공존한다.

아직 매화마름은 한반도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작은 식물이지만 여러 기관과 단체가 모여 서식지 보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강화도 초지리의 자생지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 보호 지역을 의미하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 등록되었고, 서해안을 따라 새로운 군락지도 발견되고 있다.

이렇게 매화마름은 하나의 종으로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를 품고 있는 습지생태계의 중요한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매화마름이 자체로 보전해야 할 식물일 뿐만이 아닌, 보전함으로써 무수한 다른 생명체들도 공존할 수 있음을 많은 사람이 인식하길 바란다.

이웅 국립생물자원관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