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31)씨는 지난달부터 월 7900원을 내고 스타벅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업무를 보거나 미팅을 할 때 카페를 이용하는 경우가 잦아 많이 살수록 할인액도 커지는 구독 서비스가 경제적이라고 판단해서다. 김씨는 “커피에 쓰는 돈이 다달이 따지면 꽤 커서 할인 혜택을 알아보다가 구독 서비스를 신청했다”며 “계산해보니 할인액이 구독료보다 많아 씀씀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구독 서비스 열풍이 거세다. 온라인 플랫폼 중심이던 구독 서비스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대됐고, 업체들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기존의 서비스를 확대·개편한 새 구독 모델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구독 서비스가 소비를 이끄는 전략으로도 쓰이고 있다.
◆오프라인도 ‘구독 경쟁’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돈을 내고 월 1회·주 1회 상품을 받거나 할인 혜택 등을 받는 구독 서비스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시범 운영한 ‘Buddy Pass(버디 패스)’를 12월부터 정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월 7900원을 내면 매일 오후 2시부터 제조 음료를 30% 할인받을 수 있다. 음식 30% 할인, 딜리버리 배달비·온라인스토어 배송비 무료 서비스도 제공한다. 최다 판매 음료인 아메리카노(4700원)를 기준으로 6잔 이상 이용하면 구독료보다 혜택을 많이 받는 셈이다.
구독 서비스 인기에 ‘돼지고기 구독’까지 등장했다. 한돈 브랜드 도드람은 올해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구독 서비스를 새로 선보였다. 2만9900원을 내면 한 달간 매주 다른 한돈 제품과 인기 간편식으로 구성된 꾸러미를 원하는 날짜에 배송받을 수 있다. 구이용 삼겹살과 불고기용 뒷다리살, 찰순대 꾸러미 등을 받는 식이다. 2회 차 구독 땐 3%, 3회 차 땐 5% 등 추가 할인도 적용된다. 친환경·유기농 전문 쇼핑몰 ‘오아시스’도 매월 꾸러미를 제공하는 정기 구독 서비스를 마련했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구독 서비스 경쟁이 뜨겁다. CU는 애플리케이션(앱) 포켓CU에서 20여종 상품 카테고리 중 원하는 품목을 선택해 월 1000∼4000원을 내면 정해진 횟수만큼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월 2500원짜리 ‘간편식사’를 구독하면 햄버거·삼각김밥·샌드위치·김밥을 15개까지 25% 할인해준다.
세븐일레븐은 월 4000원 구독료를 내면 한 달에 10번까지 도시락 가격을 30%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일부 와인 상품을 10% 할인해주는 와인 구독권(3900원)과 샴페인을 10% 할인해주는 샴페인 구독권(9900원) 등도 시행 중이다.
편의점 업계에서 처음으로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GS25는 GS앱에서 월 2500원(카페25 서비스)이나 3990원(한끼 서비스)을 내고 GS25 원두커피 메뉴를 25% 할인받거나 도시락·김밥·샌드위치·음료 등을 20% 싸게 살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 바 있다. GS25는 맞춤형 구독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해 1일 서비스를 모두 중단하고 서비스 고도화 이후 빠르게 재개할 방침이다.
배달 플랫폼 업계는 앞다퉈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무료 배달’ 경쟁이 구독 경쟁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9월부터 ‘배민클럽’을 정식 운영하고 있다. 프로모션 기간 월 1990원(정상가 3900원)을 내면 알뜰배달(다건배달)은 무료, 한집 배달은 배달비 할인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에서만 이용 가능했는데 이달부터는 구독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배달 업계에서 비교적 늦게 구독 서비스를 출시한 만큼 B마트와 배민스토어 등 커머스와 연계해 가입자 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업계 2, 3위인 쿠팡이츠와 요기요는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