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5부 능선을 넘어섰다. 지금까지 6차례 열린 탄핵심판 변론에서 청구인인 국회 측과 피청구인 윤 대통령 측은 증인 7명을 상대로 12·3 비상계엄 선포 행위와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의 계엄군 투입,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명단 의혹 등 쟁점과 관련해 신문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나 증인들이 그간 수사기관·국회 등에서 한 진술과 배치되는 증언이 나오면서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의 발언이다. 검찰 등 조사 단계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당시 국회 본관에서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진술한 곽 전 사령관은 헌재 심판정에서도 같은 내용을 증언했다가, 정형식 재판관 추궁에 자신이 들은 표현은 ‘인원’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4차 변론에서 증언대에 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의 대상은) 의원이 아닌 ‘요원’이었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던 말이다.
윤 대통령은 이를 두고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당일 변론에서 여러 차례 인원이라는 표현을 쓰는 모습이 포착돼 야당이 비판하자 윤 대통령 측은 9일 “왜곡”이라며 “대통령이 진술한 의미는 지시대명사로 이 인원, 저 인원이란 표현을 안 쓴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5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체포 명단 메모도 논란이 됐다. 홍 전 차장이 계엄 당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전화로 듣고 받아 적었다는 메모다. 홍 전 차장은 정 재판관이 거듭 의문을 표하자 “합리적이지 않은 건 인정한다”면서도 자신이 ‘진실’을 말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계엄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받았다는 ‘비상입법기구 등 관련 쪽지’도 윤 대통령 측 주장과 배치된다. 김 전 장관은 이 쪽지를 자신이 작성해 국무위원들에게 건넸다고 했으나, 최 권한대행과 조 장관은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게 받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해당 쪽지에 대해 “준 적 없다”고 부인했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 “형사소송에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라 할지라도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데, 헌재는 조사 당시 변호사가 참여했다는 이유로 증거로 채택하고 있다”며 “정작 증인신문에서 진술이 번복되고 새롭게 진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리인단은 전날에는 헌재가 증인신문 시간을 제한하고 반대신문 사항을 하루 전 미리 제출해 상대방에게 노출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며 “허위 증언을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짬짜미”라고 반발했다.
헌재 변론은 일단 두 차례 남았다. 11일 열리는 7차 변론에서는 오전 10시30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시작으로 오후 2시부터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90분 간격으로 증언대에 선다.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해 온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8차 변론에선 오전 10시30분 조태용 국정원장과 오후 2시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오후 3시30분 조지호 경찰청장, 오후 5시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이 증인으로 나선다.
헌재가 변론 종결 여부를 밝히지 않은 만큼 다음 변론에서 추가 기일을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와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중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경민 방첩사 참모장(사령관 직무대리)의 채택·기각 결정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재판부가 이들을 증인으로 채택하거나로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증인을 직권으 채택할 경우 변론기일이 1, 2회 더 지정될 수 있다. 변론 절차가 마무리되면 헌재는 재판관 평의를 거쳐 선고를 내린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땐 변론 종결부터 선고까지 2주가량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