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으로 중앙정부가 혼란스럽지만, 대구발(發) 혁신 사례가 길잡이가 돼 대한민국이 선진 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0일 세계일보와 만나 2022년 7월 취임 이후 2년6개월여 동안 특유의 배짱과 리더십을 앞세워 강력히 추진한 ‘대구 체질 개선’ 작업의 의미와 방향을 이같이 설명했다. 홍 시장은 취임 전부터 공석과 사석을 가리지 않고 ‘대구혁신’을 외쳤다. 그는 “대구가 1990년대 중반 이후 쇠락의 길로 접어든 이유는 인재와 경제의 문을 닫고 ‘우리끼리 하겠다’고 하는 폐쇄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인맥과 학맥 중심으로 똘똘 뭉친 ‘기득권 카르텔’이 대구를 폐쇄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홍 시장은 시장 당선 직후부터 속전속결로 공공·민생·행정 등 전 분야에 걸쳐 개조에 가까운 혁신을 통해 ‘전국 최초’와 ‘특·광역시 유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굵직한 성과를 냈다. 이런 ‘대구발’ 혁신사례는 중앙정부로 전파되거나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로 확산하며 새로운 행정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있다.
홍 시장은 거대 독점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선전하는 공공 애플리케이션(앱) ‘대구로’의 성공도 애착이 가는 정책이라고 말한다. 최근 시는 지역 택시 기사를 대변해 카카오T의 과도한 호출수수료 징수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공정위는 이를 불공정 거래 행위로 판단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28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전국 최초로 시행한 ‘어르신 통합 무임교통 지원’도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 사회에 노인 복지 연령 기준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75세를 시작으로 매년 1세씩 낮춰 2028년부터는 70세 이상이면 버스와 도시철도의 무임교통 통합 서비스를 실현하겠다는 게 홍 시장의 구상이다. 홍 시장은 “어르신들의 교통복지 강화는 여가 활동과 삶의 질 향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에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득권 타파와 행정 책임성 강화
홍 시장은 취임 후 첫 혁신으로 유사·중복 공공기관 18개를 11개로 통폐합해 연간 238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책임 회피성 위원회와 용역 운영 방식을 과감히 바꿔 행정 책임성을 강화했다. 이는 전국 지자체 모범사례로 확산했고 부산, 강원 등 지자체는 벤치마킹하기 위해 대구를 찾기도 했다.
그는 “미래 세대에게 빚을 물려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재정점검단을 설치해 허투루 쓰이는 세금이 없는지도 꼼꼼히 살폈다. 홍 시장이 이같이 ‘빚 없는 시정 운영’을 강조한 배경으로 어린 시절 가슴 아픈 가정사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양은그릇 장사, 달비(머리카락) 장사를 하던 어머니가 고리채 업자에게 머리채를 잡혀 질질 끌려다니며 당한 수모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민선 8기 출범 당시 대구는 채무액이 전국 두 번째로 높은 2조4000억원으로 매년 이자만 500억원 이상에 달했다. 홍 시장은 취임 1년6개월여 만에 지출구조조정만으로 순채무 2000억원을 조기 상환하고 이자 절감액은 민생지원 예산으로 전환했다.
이 밖에 전국 시·도 유일의 3년 연속 지방채 발행 없는 예산 편성, 광역 최초 공무원·공기업 채용 시 거주요건 폐지, 공무직 근로자 정년 65세 연장 등 쉼 없이 혁신에 나섰다. 홍 시장은 “취임 후 침체한 대구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시정 전 분야에 걸쳐 100가지 혁신을 추진해 이미 63가지를 완료했다”면서 “앞으로 남은 정책들도 차근차근 마무리해 미래 100년 번영과 대한민국의 선진대국시대를 향한 원대한 꿈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섬유 메카’서 미래 신산업 거점도시로
대구가 반도체와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헬스케어, 인공지능·블록체인·빅데이터(ABB) 등 5대 신산업을 앞세워 경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대한민국 섬유산업의 메카였던 대구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섬유산업이 중국에 밀려 경쟁력을 잃으면서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홍준표 대구시장은 취임 후 5대 미래 신산업을 정해 본격적인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선 것이다.
10일 대구시에 따르면 민선 8기 출범 이후 2년6개월 동안 국내외 46개사로부터 9조3170억원의 투자유치 성과를 거뒀다. 지난 10년(2012∼2021년)간 유치한 투자 총액(4조5000억원)의 2배가 넘는다.
홍 시장은 “TK신공항과 달빛철도가 건설되고 항공물류 중심의 미래 신산업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면 청년이 모여들고 머무르고 싶은 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는 현재 비수도권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집적단지인 수성알파시티를 기반으로 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추진 중이다. 국내 1호 기회발전특구로 수성알파시티와 조성 중인 제2수성알파시티는 정보기술(IT),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산업의 중심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국가 로봇 허브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도 착실히 진행 중이다. 달성군 테크노폴리스 일대에 전국 유일의 ‘국가 로봇테스트필드’를 조성해 로봇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UAM 상용화에는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해 7월 ‘모빌리티 모터 소부장 특화단지’를 유치한 데 이어 국토교통부로부터 모빌리티 특화도시로 선정됐다. 지난해 5월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28.2㎞ 구간에 걸쳐 여객·물류 통합 ‘달구벌자율차’ 자율주행 배송서비스를 시작했다. 홍 시장은 최근 ‘취임 후 가장 의미 있는 성과’ 중 하나로 ‘5대 신산업 중심 산업구조 개편’을 꼽았다. 그는 “기존 산업에서 5대 신산업으로의 산업구조 대개편은 대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좋은 계기”라면서 “공항(TK신공항)이 있기 때문에 5대 신산업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