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커지면서 아이돌 팬덤을 활용한 플랫폼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요 기획사 하이브의 자회사와 SM엔터테인먼트의 관계사가 운영하는 팬덤 플랫폼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도전장을 낼 예정이다.
10일 가요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신규 팬덤 플랫폼 ‘베리즈(Berriz)’의 내부 실험을 하고 있다. 권기수·장윤중 공동대표가 지난해 하반기에 직속 전담조직을 구성해 플랫폼 준비를 해왔고, 연말에는 한국과 미국 특허청에 ‘베리즈’의 상표권을 신청했다. 지난달에는 관련 업종 경력자 채용 공고를 띄우기도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팬덤 플랫폼 출시를 위해 체계적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플랫폼의 성격이나 특징, 구체적인 출시 시점 등은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이브의 자회사 위버스컴퍼니가 운영하는 ‘위버스(Weverse)’는 세계 245개 국가와 지역에서 162개 커뮤니티가 입점해 있다. 아티스트와 전 세계의 팬이 소통하는 커뮤니티 서비스와 팬들을 위한 미디어 콘텐츠 제공, 아티스트 공식 굿즈 판매를 비롯한 커머스 서비스 등 다양한 팬 활동을 지원한다. 지난해 누적 다운로드 1억5000만회를 돌파했고, 월간활성이용자(MAU) 1000만명 안팎을 유지했다. 매출도 2021년 2394억원, 2022년 3077억원, 지난해 3379억원으로 성장세다.
카카오 계열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최대 주주로 있는 디어유도 2020년 팬덤 플랫폼 ‘버블’ 출시 이후 1년도 되지 않아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기본 플랫폼과 다른 팬과 아티스트의 일대일 소통 방식이 큰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50여개 소속사와 협력을 맺고 약 200만 구독자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일본용 버전인 ‘버블포재팬(bubble for JAPAN)’과 북미용 ‘더버블(the bubble)’을 내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중국 진출도 준비 중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베리즈가 참전하면 팬덤 플랫폼의 지각변동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 계열사인 SM엔터테인먼트 관계사가 운영하는 버블의 경우 일대일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방점이 찍힌 만큼 베리즈와 직접 점유율 경쟁을 할 여지가 작지만, 하이브 자회사의 위버스와는 격돌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팬덤 플랫폼끼리 선의의 경쟁을 펼쳐서 팬덤 시장이 K팝을 넘어 한국 문화(K컬처) 전반으로 확장된다면 모두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K팝 시장이 일시 정체인 상태에서 플랫폼 간 과열경쟁으로 팬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고, 거대 기업 위주의 플랫폼이 자리를 잡게 되면 현재 중소 규모의 업체들이 문을 닫고 다양성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팬덤 플랫폼이 모두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국내 온라인 포털을 선도하는 네이버는 2022년 아티스트와 팬의 소통 플랫폼인 ‘브이라이브’를 실적 부진 위기 속에 위버스로 넘겼고, 국내 최대 게임사인 엔씨소프트도 이듬해 ‘유니버스’를 디어유에 매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