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대통령 탄핵정국과 관련해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최근 행보를 보면 말 따로 행동 따로다. 국민의힘 전현직 지도부가 수감 중인 윤석열 대통령을 잇달아 면회하고 윤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일부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몇몇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강성 지지자들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게 “책임을 통감한다”는 당의 모습인가.
권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비상계엄 발동의 책임을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 입법 폭력, 헌정 파괴’ 탓으로 돌렸다. 그는 “29번의 연쇄 탄핵, 23번의 특검법 발의, 38번의 재의요구권 유도, 셀 수도 없는 갑질 청문회 강행, 삭감 예산안 통과, 이 모두가 대한민국 건국 이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일”이라며 “국정 혼란의 주범, 국가 위기의 유발자, 헌정 질서 파괴자는 바로 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고 질타했다. 거대 야당의 폭주로 국회가 파행하고 국정이 마비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일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