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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50시간 이상 일하면 자살위험 2배 높아”… 반도체 52시간 예외 반대 목소리

“3개월 연속 야근 당시 건강 급격히 악화”
“인력 확충해 연구개발 역량 키워야” 주장

주당 노동 시간이 50시간 이상인 경우 스트레스와 우울, 자살사고 위험이 4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노동자보다 2배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동계는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주 52시간 규제 완화 시 노동 환경이 훨씬 더 열악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양대노총이 참여하는 ‘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과 참여연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김종민 무소속 의원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광장의 요구에 반하는 반도체특별법, 문제를 말하다’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반도체특별법을 저지하기 위한 취지로 개최됐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최대 12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하며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한 경우 사업주는 처벌을 받는다. 반도체 업계는 연구개발(R&D) 인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주52시간 규제를 예외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의견을 반영해 국민의힘은 지난해 주52시간 근로시간 특례 조항을 넣은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법에 반대해 왔으나, 최근 이재명 대표가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고 이후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토론회에서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주당 52시간 혹은 55시간 이상인 경우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는 많다”며 장시간 노동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노동시간이 주당 50시간을 넘기면, 스트레스와 우울, 자살사고 위험이 4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노동자보다 2배 높다는 것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와 통계청 사망자료를 연계해 분석한 결과 35~44시간 근무자와 비교해 45~52시간 근무한 사람의 자살사망 위험이 3.89배 높다고도 했다. 52시간 초과 근무자는 3.74배나 높았다고 한다. 최 활동가는 “삶과 생산, 생명과 이윤, 평등과 무한경쟁, 노동자 건강과 기업의 성과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선택과 결단의 문제”라고 부연했다.

 

장시간 노동을 경험한 노동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삼성반도체 연구개발 분야에서 14년째 근무해 온 변희범씨는 고과평가를 무기로 한 연장근로 압박은 장시간, 집중노동에 대한 노동자의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그는 법안 발의를 계기로 예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고도 우려했다.

 

삼성반도체 연구개발 분야에서 14년째 근무해 온 한기박씨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여 프로젝트 사업에 참여하면서 겪은 집중근무체제의 부작용을 설명했다. 그는 “3개월간 지속한 야근 끝에, 3일 연속 밤을 새운 날, 갑자기 심장이 엇박자로 뛰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속이 울렁거리며 머리가 어지러웠다”며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했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노동계는 인력을 확충해 연구개발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신혁진 금속노조 정책부장은 “삼성전자 위기 원인은 기술자들의 경쟁업체 이직으로 인한 기술력 부족 때문”이라며 “반노동적이고 위계적인 기업 문화, 사업부 간 갈등, 줄서기 문화, 관리 중심의 인재 평탄화 등 삼성의 구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