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5526명.
2023년 한 해 파킨슨병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 수다. 2010년 6만1565명이던 환자 수가 13년 만에 2배로 늘어난 것이다. 그렇게 ‘희소질환’이던 파킨슨병은 ‘중증 난치질환’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파킨슨병 증가 배경에는 고령사회가 있다.
“파킨슨병을 너무 늦게 발견해 인지영역까지 진행할 경우 치매 증상이 나타나 독립성이 상실되고 노후 생활이 어렵게 됩니다. 코로나19처럼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없다 보니 진단까지 시간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관절 통증으로 정형외과를 가거나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갔다가 전원되기도 합니다.”
파킨슨병이 인지영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뇌 부위(두정엽·후두엽)까지 진행하면 치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파킨슨병이 나타나고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에 걸쳐 치매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의 50∼80%가 치매 증상을 경험한다. 학계에서는 알파-시누클레인(파킨슨), 타우·베타-아밀로이드(치매) 등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면서 서로 안 좋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질병 발생 원인은 불명확하다.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이는 전체 환자 수의 10%에 못 미친다.
“60∼70대에 발병하는 파킨슨이 20대에 발병하는 것이 유전성 파킨슨병에 해당합니다.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단일 유전자로 인한 것이죠. 다만 이것이 자녀에도 대물림되는 ‘유전병’은 아닙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농약이나 미세먼지 등이 파킨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연구된 바 있다. 도파민 신경세포를 다시 살려내거나 지연시키는 치료법은 아직 없다. 파킨슨병은 완치할 수 없어 발병 이후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약물에만 의존해서도 안 된다. 파킨슨병 자체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병이 아닌 데다 약물에 반응해 도파민 세포의 소멸이 진행되면서 약물 효과 자체가 감소할 수 있다.
유 교수는 “약물 복용 이후 효과가 매우 좋은 시기가 있다”며 “약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면 안 되고, 이 시기에 운동 치료와 병행해서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연구에서 운동은 뇌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의학적으로 권유되는 운동강도는 땀이 날 만큼의 중강도 이상이다. 이를 일주일에 3번 이상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 교수는 다만 파킨슨병은 60∼70대 이후 발병이 많고, 떨림 등이 있기 때문에 강도에 집착하기보다는 약물 복용에 따른 자신의 상태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예방법은 뇌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과 동일하다. 규칙적인 운동과 금연, 금주, 체중 조절, 수면의 질 향상, 책 읽기 등 뇌에 자극이 되는 활동 등이다.
“파킨슨병 환자가 도파민 보충제 복용 시 약효가 떨어질 때는 운동증상 해소가 안 되다가 약효가 과해질 때는 이상운동증으로 춤추는 듯한 불필요한 운동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경험이 있거나 약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약물을 중단하는 사례가 있는데 대부분 몇 년 후 매우 악화한 상태로 진료실을 다시 찾습니다. 파킨슨병은 평생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