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린다는 발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1년이 지났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 사직한 전공의 대다수는 여전히 병원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고 의대생 휴학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달 전공의·의대생들에게 사과하며 대화를 호소했지만, 의료계는 ‘내년 의대 정원 제로(0)’를 앞세운 채 버티고 있다. 의대생들이 3월에 복학하지 않고 2년 연속 휴학한다면 한국 의료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에 휩싸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의료계는 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의료인력 수급 추계 기구 법제화 공청회’에서 정부는 추계 기구가 낸 결론에 대해 정책 심의를 거쳐 결정하자고 했지만, 의료계는 추계 기구가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계위 구성 방식을 놓고도 의견 차가 컸다. 의료계는 추계위 내 의사 등 직역 전문가가 3분의 2 이상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와 환자단체들은 의사 과반 구성에 반대하며 역할도 자문에 그쳐야 한다고 반박했다. 기계적 대립만 되풀이하는 꼴이다. 진정 대화로 문제를 풀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