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UC버클리대, 존스홉킨스대 등에 소속된 30여명의 연구자는 2021년 7월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정치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대규모 연구에 돌입했다. 미국의 사회과학 분야 연구자 400여명으로부터 정치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개입(treatment)’ 방법 252개를 제안받았고, 자문위원회가 25개 개입 방법을 추렸다.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를 균형 있게 나눈 5만3144명의 응답자를 모집해 25개 개입 방법을 실험하고 3만1000명으로부터 응답을 얻었다. 연구와 분석에 2년이 넘게 걸렸고, 지난해 2월 사이언스지에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25개 개입 방법 가운데 정당 간 오해를 줄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가장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난 개입 방법은 UC버클리의 가브리엘 렌츠 교수, 박사과정 연구원인 알리아 브레이리가 제시한 ‘정당 간 오해 해소 전략’이었다. 응답자에게 상대 정당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대한 실제 데이터를 제시해 오해를 바로잡는 식이다. 예를 들면 민주당원의 다수가 공화당 지역의 투표소를 줄이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데이터를 공화당원에게 확인시켜 주고, 공화당원의 다수가 우편투표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당원에게 확인시켜 주는 식이다. 실험 결과 상대 당이 반(反)민주적이라는 인식이 감소했고, 상대 정당과의 협력 의사가 증가하는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고 한다.
브레이리는 독재정권의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지지자들에게 ‘상대방이 먼저 민주주의를 무너뜨렸다’고 주장해 왔다는 데 착안해 개입 방법을 설계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전복의 딜레마(subversion dilemma)’라고 이름 붙였다.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상대 진영이 먼저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믿기 때문에 민주주의 절차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2021년 1월6일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를 대표적 사례로 들었는데,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민주당이 선거를 조작했다고 믿었기 때문에 폭력적인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문과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