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닥이 얼마나 좁은지 알지? 너 같은 XX들 끝까지 추적해서 가만 안 둔다. 두고 봐라.”
올해 비수도권의 한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A씨는 얼마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욕설이 담긴 협박성 쪽지를 받았다. 의대 25학번들의 휴학 의사를 묻는 글에 “25학번인데 수업 듣고 싶다”는 댓글을 쓴 것이 화근이었다. 자신을 휴학 중인 의대생이라 밝힌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A씨에게 “선배들이 힘들게 싸우는데 건방지다”며 “수업에 들어가는 순간 네 이름이 의대생 커뮤니티에 퍼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협박성 쪽지를 보냈다.
A씨는 “온라인 댓글 보고도 이러는데 실제 수업에 나가면 더 큰 비난을 받을 것 같아 덜컥 겁이 났다”며 “빨리 대학 생활을 하고 싶고, 졸업도 늦추기 싫은데 무작정 휴학하라는 분위기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입학 전 수업 거부를 결심한 것은 24학번도 마찬가지인데, 25학번은 상황이 더 복잡하다. 이들은 의대 증원 정책의 수혜자이기도 해서다. 비수도권 의대에 합격한 B씨는 “25학번이 증원을 반대하는 것은 모순적인 것 같아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선 조직적인 휴학 종용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의대생 보호·신고 센터’를 통해 수업 복귀 방해 사례 등을 제보받고 있는데, 최근 신입생에게 휴학계를 내도록 설득하는 시도 등이 포착됐다.
의대 25학번 C씨는 “수업을 듣고 싶지만 결정권이 나한테 없다고 느낀다. 학과 지침이 나오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의대생 피해 장기화 우려
교육부와 대학은 올해에는 의대생들이 ‘학칙에 따라’ 꼭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업 거부가 2년째로 접어들면 향후 수업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의대는 1학년 휴학을 금지하고 있고, 2학년 이상도 2개 학기 초과 휴학을 금지하는 곳이 많다. 교육부는 지난해 각종 특례를 만들어 유급·제적을 막아줬지만, 올해엔 학칙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대학들도 더 이상의 휴학 승인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의대생들이 투쟁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의대생 학부모는 “전공의는 의사 면허증이라도 있지만, 학생들은 상황이 다르지 않나. 일단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속이 탄다”며 “의대생만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의대 23학번인 D씨는 “지난해 수업을 듣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론 25학번 증원을 막지 못해 계속 이런 식으로 가야 하나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올해 의대생이 복귀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24학번 3000명과 25학번 4500명은 동시에 한 학년으로 묶여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의대들은 교수를 추가 채용하고 실습동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짜는 중이지만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30개 의대를 점검하고 충북대·원광대·울산대에 ‘불인증 유예’ 판정을 내렸다. 이들은 1년 안에 미흡 사항을 보완하지 않으면 내년 신입생 모집이 중단될 수도 있다.
교육부는 예과(1·2학년) 단계는 대부분 교양수업인 만큼 이들이 본과에 올라가기 전까지 각 대학의 수업 대책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무리 대책을 마련해도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수업 거부가 길어지면 의대생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만큼 이제는 강의실로 돌아와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