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직후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소폭 개선됐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1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꿈틀대던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2로 전월(91.2)보다 4.0포인트 올랐다. 2021년 6월(5.4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여파로 12.3포인트나 폭락한 기저효과다. 이혜영 한은 경제통계1국 경제심리조사팀장은 “12월에 워낙 많이 떨어졌다가 개선된 것으로, 여전히 100 이하여서 (절대적) 수준 자체는 높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심리지수가 100보다 크면 낙관적,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물가수준전망CSI(149)는 전월(151)보다 2포인트 내렸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뜻하는 물가인식도 3.2%로 2022년 4월(3.2%)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물가가 다시 상승 전환하면서 꿈틀대는 소비심리 회복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날 한은이 공개한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18(2020년 수준 100)로, 지난해 12월(119.52)보다 0.6% 올랐다. 2023년 8월(0.8%)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7% 올라 18개월째 상승세다. 농림수산품 중 딸기가 전월 대비 57.7% 올랐고, 감귤은 26.5% 뛰었다.
수입품까지 포함해 가격 변동을 측정한 국내 공급물가지수도 전월보다 0.6% 상승하며 넉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이 팀장은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변동은 기업의 생산비용 상승을 통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데, 그 시기나 반영되는 정도는 기업 가격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