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끝내는 일은 시작보다 훨씬 어렵다. 2차 대전은 연합국이 독일과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며 종결되었지만, 이후 제한전 시대에 접어들면서 명확한 종전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냉전의 첫 열전이었던 6·25전쟁에서 미국은 중국의 개입 이후 전쟁 목표를 통일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의 보존, 즉 현상 유지로 제한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은 군사적 승리가 불가능함을 깨닫고 휴전 협상에 돌입했지만, 이념적 대립과 유리한 협상 조건을 확보하려는 계산 속에 협상은 2년 넘게 걸렸다. 그 과정에서 치열한 전투가 지속되었으며, 아이젠하워 정부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 시사, 스탈린의 사망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 끝에 어렵게 정전협정이 체결되었다. 그러나 완전한 종전에는 이르지 못한 채, 한반도는 지금까지도 불안정한 휴전 상태에 놓여 있다.
베트남전쟁에서도 평화협정 체결은 쉽지 않았다. 1954년 제네바 협정으로 프랑스와 베트남 간의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은 종결되었으나, 예정된 베트남 총선과 통일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미국이 개입한 베트남전쟁에서는 1968년부터 협상이 시작되어 5년 가까이 이어진 끝에 1973년 파리 평화협정이 체결되었다. 그러나 협상 기간에도 전투는 지속되었으며, 닉슨 행정부는 라오스와 캄보디아에 대한 대규모 폭격을 감행했고, 북베트남군은 1972년 부활절 공세를 전개했다. 결국 미군 철수 2년 만인 1975년, 북베트남은 협정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전면적인 군사 공세를 감행해 남베트남을 붕괴시켰다.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군사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