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서부지법 폭도’에 “마음 아프고 미안”… 최후진술 ‘세번의 사과’ [이슈+]

처음·마지막에 “죄송”…계엄 관한 사과는 안 해
서부지법 폭도된 청년들에겐 “감사”와 “미안함”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이 겪은 불편과 서부지법 난동사태로 가담자들이 구속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탄핵 결정 전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관심이었는데, 이번에도 계엄 자체에 대해선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마지막 탄핵심판 변론에서 최후진술 기회를 얻고 67분간 발언했다. 윤 대통령은 준비해온 약 2만자 분량의 원고를 읽으며 탄핵의 정당성과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특히 의견 진술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야당의 잇단 탄핵 소추와 예산 삭감을 비판하며 “국가비상사태에 처해 있었다”고 강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67분간 최후진술을 한 뒤 재판관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심을 모았던 윤 대통령의 사과도 발언 초반과 후반부에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84일의 시간을 반추하며 “제 삶에서 가장 힘든 날들이었지만, 감사와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국민께서 일하라고 맡겨주신 시간에 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송구스럽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국민들께서 여전히 저를 믿어주고 계신 모습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한 대목이 첫번째 ‘사과’다.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소추 이후 직무를 수행하지 못한 것이 “죄송하다”는 것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인 지난해 12월4일 밤 계엄군이 국회의사당에 진입한 모습. 연합뉴스

 

다음 ‘사과’는 발언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계엄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7일 “(비상계엄)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한 것과 판박이다.

 

계엄 선포 자체가 아닌 시민들에게 ‘불안과 불편’을 야기한 데 대한 사과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직후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 집기를 집어들고 유리문을 부수는 모습. SNS 캡처

 

윤 대통령은 곧 이어 ‘청년’들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1월19일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이에 반발하며 서울 서부지법에 난입해 난동을 부린 이들을 향한 사과였다.

 

윤 대통령은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도 있습니다.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발언 중반부에도 “우리 청년들이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주권을 되찾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서고 있다”거나 “우리 청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는 등 수차례에 걸쳐 ‘청년’을 호명했다. 서부지법 사태로 현재까지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63명, 이 중 20∼30대는 46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5일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절차를 종결한 헌재는 평의 절차에 돌입한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평의에서 재판관들은 의견을 모으고 평결과 결정문 작성을 거쳐 선고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은 이전 사례에 비추면 약 2주가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