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갈등의 서막… 한동훈 “김건희특검 때문에 법무장관직 사퇴도 요구받아”

한동훈, 자서전 통해 ‘윤·한 갈등’ 시작 밝혀
‘김건희 비선라인’ 두고 ”갸우뚱할 만한 사람들”
4·10 총선 당시 “명태균 관련 공천개입 차단”
“바깥에서 영부인 영향력 인식할 정도면 큰 문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3년 12월 말 ‘4·10 총선 구원투수’로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법무부 장관직 사퇴와 비상대책위원장직 포기’를 요구받았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비대위원장직 사퇴 요구보다 앞서 한 차례 더 사퇴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한 전 대표가 처음 밝힌 것이다. 그 배경엔 ‘김건희 특검법 수용 가능성’을 둘러싼 오해가 있었다고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의 저서 '한동훈의 선택 - 국민이 먼저입니다' 발간일인 26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이 책을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한 전 대표는 이날 발간된 자서전 ‘국민이 먼저입니다 - 한동훈의 선택’에서 “(윤 대통령의) 사퇴 요구는 그(총선 직전인 2024년 1월21일)전에도 있었다”며 “가장 먼저 사퇴 요구를 받은 건 12월 말이었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결정되고 형식적 절차만 남겨둔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실의 비서관을 통해 전화가 왔다. ‘비대위원장직을 포기하고 장관직도 사퇴하라’는 요구였다”며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비서관도 설명을 못 했다. 단지 대통령은 ‘이유는 본인이 잘 알 거다’라고만 했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는 “무슨 일인지 알아봤더니 그날 <조선일보> 보도에서 여당 관계자의 멘트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총선 이후에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나왔는데) 대통령이 그 멘트를 제가 한 것으로 잘못 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그 말은 제가 한 게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윤 대통령의 민감도가 높았던 것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한 전 대표는 이어 “제게 확인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절차가 전혀 없어서 황당했다”며 “사퇴 요구를 받고 나서 몇 시간 뒤 김건희 여사가 문자로 ‘잘못 알았고, 미안하다’고 보내왔다”고 말했다. 당시 김 여사는 한 전 대표가 밝힌 사퇴 의사도 철회해달라고 연락해왔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그런 이유(김건희 특검법 수용 가능성)로 사퇴 요구를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잘못 알았다는 것이 드러났으면 공적인 경로를 통해 사퇴 번복을 요청했어야 맞다”고 지적했다.

 

이날 저서에서 한 전 대표는 ‘김건희 비선라인’ 논란을 재언급했다. 그는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2024년 총선 전후까지 용산(대통령실)에서 여러 사람이 쫓겨나갔다”라며 “그 자리를 대신해 새롭게 들어온 사람들의 상당수 면면이 상식적이지 않았다. 경력과 직함 등을 볼 때 갸우뚱할 만한 사람들이 있었다”라고 적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024년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전 대표는 “특정 행정관이 (상사인) 비서관과 수석에게 면박을 줬다는 식의 이야기까지 들렸다”라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전 사퇴 요구를 받은 것도 비선라인에서 보고를 잘못해 벌어진 일 같다”라고 회고했다.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서도 “당내에서조차 강한 반발을 하는 상황이었으니 속으로부터 곪아가고 있던 것”이라며 “이런 가장 기본적인 조치들조차 할 수 없는 정권이라면 성공적으로 끝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4·10 총선 과정도 떠올리며 “공천 청탁과 같은 잡음이 포착되는 경우처럼 제가 막을 명분이 생기면 단호하게 막았다”며 현재 여권을 휘젓고 있는 ‘명태균 리스크’를 언급했다. 그는 “명태균 사건의 발단이 된 김영선 전 의원, 김 모 전 건사 등의 경우 경선까지도 가지 못하게 컷오프를 관철했다“고 밝혔다.

 

27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이는 ‘명태균 특검법’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겨냥하고 있다. 그는 “영부인은 공적 권한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깥에서 영부인의 영향력을 인식할 정도가 됐다면 큰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