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24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보통 사람들의 삶을 살아보고, 판단력이나 사고방식이 멀쩡하고 정상적인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별로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개혁보수’인 유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이고, 이에 따라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이 나면 (탄핵) 찬반 입장을 떠나서 ‘윤석열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데 합의를 해야 한다”면서 “우리끼리 싸우면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그랬듯 쉽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정권을 갖다 바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전광훈·손현보 목사 등 소위 ‘극우 세력’에 대해서도 “우리가 종속당하고 끌려다니는 건 망하는 길이지만, 나중엔 보수가 다 껴안아야 한다”며 “그들의 주장 10개 중 말이 안 되는 게 8개라도 2가지 경청할 만한 게 있으면 그걸 우리가 받아주고 포용하면 되는 거지 배척할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유 전 의원은 1958년 대구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일하다 2000년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정계에 들어왔다. ‘원조 친박(친박근혜계)’이었지만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해 친박계와 갈등을 겪었다. 그는 오랜 기간 따라다닌 ‘배신자 프레임’에 대해서는 “제가 늘 생각한 개혁보수의 길을 지킨 대가”라며 담담하게 답했다. 다음은 유 전 의원과 일문일답.
―민주당 이 대표는 ‘중도보수’를 자처했다.
“진짜 이 대표를 이길 생각이 있으면 바뀌어야 한다. 어떤 후보를 내느냐에 따라 국민이 우리 당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뽑는 것과 유승민을 뽑는 국민의힘은 다르다. 지금 보수가 결집한 상황에서 김 장관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지만, 이 대표가 중도보수를 하겠다는데 극우인 김 장관을 후보로 내세워 선거가 되겠나.”
―소위 ‘배신자 프레임’이 남아 있다.
“제 입으로 그 말을 쓰기도 싫다. 25년 정치하면서 나름대로 원칙과 양심을 지키며 해왔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제가 늘 생각한 개혁보수의 길을 지킨 대가라 본다. 10년 전 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말했던 보수와 박근혜정부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100% 받아들이란 건 아니었다. 그때가 임기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소통과 대화를 해서 고칠 게 있으면 고치는 게 바람직한 당정관계라 생각했다. 당시 제가 제안했던 새로운 국정의 길을 갔다면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가 없었을 것이란 생각도 있다.”
―박 전 대통령과 만날 계획은 있나.
“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두 번 이상 정독했다. 읽어 보니 저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매우 많았다. 제 기억과 다른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제가 반박할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이미 10년 동안 저는 그걸로 많이 힘들었고, 그건 그거대로 제가 제 정치를 해온 비용을 치른 거라 생각한다. 대신 선거와 별개로 언젠가 인간적으로 화해도 하고, 오해가 있다면 서로 건강히 살아 있을 때 좀 풀어야 한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제 나름대로 노력은 해왔는데 아직까진 만나자는 연락은 안 오는 상태다.”
―‘보수 분열’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와 합당을 할 때 제가 내민 첫 번째 조건이 ‘탄핵의 강을 건너자’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탄핵 찬성, 반대를 가지고 내부적으로 총질하고 당에서 나가라고 쫓아내고, 다음 선거에서 공천 학살을 하고 그러면 8년 전 우리가 했던 그 보수의 분열을 고스란히 되풀이하는 것이다.”
―‘탄핵의 강을 건넌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탄핵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국민도,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걸 가지고 당을 또 쪼개자는 건 결국 이 대표에게 (정권을) 쉽게 갖다 바치는 거다. 그래서 이걸로 싸우지 말자는 게 제 생각이다. 하나로 뭉쳐도 이 국면에서 민주당을 상대하기가 버겁다. 탄핵심판에 대한 결론이 나오면 찬반을 떠나 ‘윤석열 탄핵의 강을 건너자’에 대해 합의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어떻게 대선을 치르고 누가 후보가 되든 힘을 합칠 수 있겠나.”
―만약 후보가 된다면 ‘탄핵 반대파’를 포용할 수 있나.
“당연하다. 저는 그분들한테 ‘우리 같이 갑시다’라고 당연히 호소할 것이다. 탄핵의 강을 못 건너는 우리 당의 과거 역사 때문에 가장 고통받는 사람이 저라서 가장 잘 안다.”
―경선 과정에서 후보 간 연대 가능성도 있나.
“연대라는 건 뜻이 맞아야 한다. 대화 내용을 언론에 공개할 순 없어도 여러 정치인을 만나고 있고, 그중에선 잠재적 후보도 있다. 인위적 단일화를 하기보단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 다만 서로 협력할 가능성은 늘 열어놔야 한다.”
―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와 해법은.
“30년 동안 추락해 온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 많은 사람이 이룰 만큼의 성장을 이뤘기 때문에 추락이 불가피하다고 체념하지만, 그런데도 계속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건 혁신이다. 2016년 ‘혁신성장’이라는 말을 가장 먼저 썼다. 혁신 인재 100만명 양성으로 혁신성장의 길로 매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