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내 경기 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경기에 대한 우려를 자극하면서다. 경기 악화 우려가 지속되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 당시 치솟던 뉴욕 증시와 비트코인 가격도 약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는 25일(현지시간) 2월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98.3(1985년=100 기준)으로 1월 대비 7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 전망치(102.3)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으로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낮고 낙폭으로 봐서는 2021년 8월 이후 월간 기준 최대치다. 특히 미래 경제 전망을 반영하는 기대지수가 9.3포인트 급락하며 72.9까지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의 경고 신호로 여겨지는 80 아래 수준으로 내려간 것이다. CNBC는 지표 하락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위협에 따른 것이라고 짚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서 금리를 더 낮출지 동결할지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 상승 촉발 우려가 명백히 높아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스테파니 기샤르 콘퍼런스보드 글로벌 지표 선임연구원은 “현재 노동시장 상황에 대한 인식이 약화되었으며 소비자들은 미래의 경기 상황에 대해 비관적으로 변했다”며 “미래 소득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졌고, 향후 고용 전망에 대한 비관론은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급등했다. 향후 1년 동안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5.2%에서 6.2%로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관세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관세 부과를 염두에 두고 구리 수입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8년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해 이 조항을 근거로 25%의 고율 관세 부과를 추진하기에 앞서 수입 자동차 및 부품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번 지시가 향후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이 자동차 등 다른 분야로까지 번져 나가는 도화선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2023년 기준 구리 수출국(정련동 기준) 순위는 칠레가 1위, 페루가 2위, 인도네시아가 3위이며 미국은 10위, 한국은 13위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구리 제품 5억7000만달러(8168억원) 상당을 미국에 수출했고 미국으로부터 4억2000만달러(6019억원) 상당을 수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