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교량 붕괴’ 시공과정 과실 다각도 수사

서울세종고속도 공사장 사고 관련
경찰, 시공사·하도급 관계자 소환

다리 상판 대들보 역할하는 ‘거더’
‘거더 런칭 가설’ 절차 적정성 확인

전문가들, 조작·관리 과실에 무게
“작업 순서·크레인 조작 결함 봐야”
국토부, 같은 공법 3곳 공사 중단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시공 과정의 과실 여부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시공사와 하도급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공법에 맞게 시공이 이뤄졌는지와 안전 수칙을 준수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26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고속도로 붕괴 사고 수사전담팀은 붕괴한 콘크리트 재질의 거더(빔)가 별다른 고정 장치 없이 교각 위에 올려졌던 것으로 추정하고, 상황을 복기하고 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은 52m 높이 교각에서 상판을 까는 작업을 하던 중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추락했다.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공사 교량 상판 붕괴 사고 현장에서 26일 국토안전관리원 등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현장에 출동한 경기 안성소방서 관계자도 브리핑에서 “교각 위 상판 작업 확인 및 상판 거치 작업 중 런처(크레인)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에선 다리 위 런처가 갑자기 기우뚱하며 교량 상판이 엿가락 휘어지듯 잇따라 무너지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CCTV 영상과 공사 계획서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하도급사인 장헌산업, 강산개발의 공사 담당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장헌산업은 거더 설치 작업을, 강산개발은 거더 위 상판을 얹는 작업을 각각 맡았다. 사상자들의 회사는 장헌산업 8명, 강산개발 2명으로, 이날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회사 관계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공사에 사용한 ‘DR거더 런칭 가설’ 공법이 절차에 맞게 이뤄졌는지, 작업자 교육이 적절했는지 등을 다각도로 확인하고 있다. 조사는 감리·감독기관인 도로공사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가 난 구간에 적용된 DR거더 런칭 가설 공법은 2009년 신기술 지정 이후 2016∼2017년 국내에서 최다 실적을 기록했다. 거더는 상판을 받치는 일종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데 런처를 이용해 구조물을 밀어 연결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결착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법 자체의 문제점보다 조작·관리 등 다른 요인에 의한 사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고용노동부) 교수는 “거더와 그 위에 있던 런처가 기우는 모습을 보면 편하중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구조물을 지지하기 위한 지지대를 세우거나 철근으로 엮어놨어야 하는데 영상에선 이 부분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다. 안전관리계획서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시공 과정에서 작업 순서를 정확히 준수했는지와 런처 등의 조작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공사 교량 상판 붕괴 사고 현장에 26일 교각 상판이 처참하게 내려앉아 있다. 뉴시스

국토교통부는 DR거더 유사공법을 활용 중인 전국의 고속도로 공사현장 3곳에 대해 안전성 검증을 마칠 때까지 공사 중단을 결정했다. 각 지방 국토관리청도 DR거더 유사공법을 사용하는 일반국도 현장 파악에 나섰다.

 

전날 오전 9시49분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구간 9공구 천용천교 건설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로 상판 구조물 등에 올라 작업하던 10명 중 중국인 2명을 포함해 4명이 사망하고, 6명은 중환자실 등에서 치료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