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는 밀렸고… 주인은 독촉하는데 손님은 없고….”
경북 김천에서 옷 장사를 하는 A씨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달 가게 매출이 100만원이었는데 지난주엔 소품 옷 한 장도 팔지 못했다고 그는 말했다. 5년 장사 경력 중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장기화에 12·3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까지 겹치며 경기침체의 골이 계속 깊어지고 있다. 자영업자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직전 벼랑 끝에 매달린 신세다. 매출이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정부와 은행권이 채무조정 및 폐업 지원 등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26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폐업공제금은 1조3908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1년 전보다 10.4%, 2020년(7283억원)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또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자영업자 2024년 실적 및 2025년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평균 매출 감소율은 13%다.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은 3년 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생계가 불가능할 만큼 수입이 악화한 자영업자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월 소득이 ‘0원’인 개인사업자는 105만5024명에 달한다. 0원 초과 1200만원 미만의 소득을 신고한 개인사업자는 816만5161명으로 집계됐다. 월 수입이 100만원도 안 되는 자영업자가 922만185명인 셈이다.
자영업자 상황이 악화한 중심에는 가뜩이나 어려운 불경기에 탄핵정국이 급속도로 냉각시킨 소비심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 치솟는 물가 대비 오르지 않는 임금에 가뜩이나 지갑이 가벼워진 시민들이 각종 부정적 이슈에 모임, 구매 등을 자제하니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매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줄며 11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자영업자들은 인건비를 줄이는 최후의 방법을 쓰는 중이다. 세금신고 앱 SSEM의 인건비 신고 서비스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 사업장당 평균 고용인원은 1.8명, 평균 인건비는 263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인건비를 줄이고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남은 방법은 폐업뿐이다.
정부와 민간의 지원이 그나마 희망을 완전히 접지 않게 할 한 줄기 희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소상공인재기지원 프로그램인 희망리턴패키지 예산으로 245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은행권도 향후 3년간 ‘개인·법인 소상공 연체 우려자 및 폐업자’ 대상의 맞춤형 채무조정과 폐업자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민간 쪽에서도 생계위기 국민을 위한 소액긴급무상지원 비영리기금 홍길동은행 등이 힘을 보탠다.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해당 기금은 생계 문제로 연락하면 무조건 인당 10만원을 지급한다. 민생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작해 지난달까지 누적 1180명에게 10만원씩을 지급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