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연이틀 군사학교 방문… “북한판 MZ세대 통제 목적”

장마당 세대, 파병·건설 동원에 불만
“현대전 경험 습득” 참전 정당화하고
“사상 없는 무장은 쇠붙이” 집중 통제
충성도 낮은 MZ세대, 北 ‘약한 고리’
軍 중심 체제 결속… 3월 도발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관학교를 찾아 “제국주의의 침략성과 호전성이 역사상 가장 노골적으로 표현되고” 있다며 “모든 학생들이 현대 전장들에서 이루어지는 실전 경험들을 우리 식으로 소화 습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사실을 더이상 숨기기 어려워진 북한 당국이 내부 동요를 차단하기 위해 참전을 합리화하는 논리 개발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강건명칭 종합군관학교를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더는 속이기 힘들다’… 파병 정당화 시도

 

북한 주민들이 보는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26일 김 위원장이 전날 창립 80주년을 맞은 ‘강건명칭 종합군관학교’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강건명칭 종합군관학교는 군 초급지휘관 육성 기관으로 인민군 초대 총참모장인 강건의 이름을 따 세워졌다.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 ‘실전형의 싸움군’, ‘군사실천 위주의 교육’ 등의 표현을 쓰며 현대전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제 사회에서 전쟁과 유혈이 일상이 되고 있다면서 모든 학생이 실전 경험을 습득해 “급속도로 선진화되고 있는 무기와 전투기술기재들에 정통하고 현대전에 상응한 지휘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이미 인민군 내에선 파병 소식이 퍼지고 있는데, 파병 부대들이 휴전이나 종전 등으로 돌아오면 주민들에게 참전 사실을 숨길 수 없게 된다”며 “파병을 정당화하기 위해 현대전 숙지, 실전 경험 등의 명분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강건명칭 종합군관학교를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약한 고리’ 북한판 MZ세대 집중 통제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엔 군내 사상을 통제하는 정치장교 양성 기관인 김일성정치대학을 찾은 바 있다. 연이틀 군사학교를 방문해 군기 단속을 한 것이다. 이를 두고 북한 체제의 ’약한 고리’인 장마당 세대 장병을 중심으로 내부 동요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에 더해 전국 각지 건설 현장에 대규모 동원되며 젊은 병사들의 불만이 쌓였을 것이란 분석이다.

 

장마당 세대는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북한의 청년층으로 북한판 MZ세대로도 불린다. 유·소년기였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장마당 활동을 통한 극한의 생존을 경험하면서 체제 순응보다 자립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은 당이 강건명칭 종합군관학교를 중시한다며 그 이유에 대해 “이 학교의 졸업생들이 걸머지는 첫 직무가 비록 높지 않아도 우리 군대의 말단 기층, 병사대중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각 일선 부대에서 장마당 세대 병사들의 직속상관이 된다는 점을 콕 집은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강건명칭 종합군관학교를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 24일 김일성정치대학을 방문해선 “현대 전쟁을 고찰해보아도 군대의 사상 건설을 무시한 군사기술중심론의 제한성을 실천적으로 여실히 목견할 수 있다”며 “사상이 없는 무장은 쇠붙이에 불과”하다고 했다.  

 

조 위원은 이를 두고 “젊은 세대의 사상을 통제해야 한다는 의도가 많이 반영된 행보”라며 “배급제 세대가 아니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당과 체제에 대한 충성도가 약한 MZ세대가 김정은의 딜레마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내외적으로 엄중한 상황에서 내부 단속이 중요한데 그 중 정체성이 이완돼있는 MZ세대가 핵심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장마당 세대를 통제하기 위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면 최대 사형에 처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의 악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군 최고급 정치장교 양성기관인 김일성정치대학을을 찾아 군의 사상 무장과 충성을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24일 최고군사정치학원인 김일성정치대학을 방문해 연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시선을 외부로’… 남한과 대결구도 조성

 

북한은 내부 결속을 꾀하기 위해 남한과의 대결구도도 조성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 ‘천하무도한 괴뢰한국쓰레기들을 마지막 한놈까지 격멸소탕해버리자!’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부착된 훈련실에서 시범을 지켜보는 김 위원장 사진을 공개했다.

 

전날에는 김 위원장 참관하에 학생들이 경남 사천시 지도를 놓고 전투 상황을 가정한 토론을 벌이는 장면을 촬영해 보도한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부적으로 경각심을 부여하고 특히 군이 실전 태세를 갖추도록 고무하는 차원”이라며 “대내외의 불확실성을 군사적인 태세를 과시하며 대응하겠다는 행보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군을 중심으로 체제 결속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3월 한·미 연합훈련을 전후로 북한이 다양한 도발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