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 성추행은 노골적이기보다 은연중에 일어나기 일쑤다. 특히 성적 대상화를 하면서 ‘농담’ 또는 ‘칭찬’이라고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A씨가 헷갈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직장 내 성희롱’은 ‘상사나 사업주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성적 언동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했을 때’로 규정한다. 또 성적 언동을 포함한 그 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것도 포함된다. 상무는 상사이기 때문에 A씨가 혐오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에 해당할 확률이 높다. 혐오감을 느꼈는지는 당사자와의 관계, 행의 내용과 정도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 판단하게 돼 있다.
여기서 B상무의 의도는 성희롱 요건을 따질 때 고려할 요소가 아니다. 성희롱은 피해를 발생시킬 동기나 의도가 없어도 성립된다. 상무가 평소에 전혀 성희롱 발언을 한 적이 없고, 단 한 번의 성적 언동이라 해도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될 수 있다.
B상무가 여성이라면 어떨까.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진정 사례를 보면 동성 간에도 직장 내 성희롱이 성립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동성 간 가해도 폭넓게 성희롱으로 인정해 시정 권고했다. 또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성적 농담도 성적 굴욕감을 주고 거부감을 주는 환경을 조성했다면 성희롱에 해당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펴낸 ‘생활노동법률 70선’에 담긴 직장 내 언어적 성희롱 사례를 보면 ’술집 여자같이 그런 차림이 뭐냐?’, ‘너도 여잔데 미니스커트나 파인 옷 같은 것도 입고 다녀’, ’남자는 허벅지가 튼실해야 하는데 좀 부실하다’, ’아기 낳은 적 있어? 무슨 잔머리가 이렇게 많아?’ 등이 있다.
이 외에 가슴, 다리 등 특정 신체 부위를 빤히 쳐다보는 것도 시각적 성희롱 행위에 해당한다. 기타 성희롱으로는 퇴폐적인 술집에서 이뤄진 회식에 참석을 종용하거나 거래처 접대를 해야 한다며 원치 않는 식사, 술자리 참석을 강요하는 것 등이다.
또 판례를 보면 동료들 앞에서 ‘다른 직원과 만나보라’고 권유하는 것도 성희롱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사는 ‘단순 농담’이라고 했으나 2023년 법원은 상하 관계 속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