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1636년)은 우리에겐 치욕의 역사다. 그 중심에 있었던 인물은 청나라 두 번째 황제 홍타이지다. 그는 당시 막강했던 명나라와의 전쟁을 치르던 중 조선 정벌에 나섰다. 조선의 왕 인조는 남한산성에서 결국 항복을 선언한다. 그러고는 삼전도(현재 서울 송파구)에서 청 황제를 대하는 인사법인 ‘삼궤구고두례’(三?九叩頭禮·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것)를 하는 치욕을 맛본다. 홍타이지의 오만함, 약소국을 향한 무시와 경멸이 깔렸다.
중국의 모욕 주기 외교는 현대에서도 재연된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초청으로 3박 4일 동안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다. 문 대통령은 둘째 날 시진핑 주석과의 만찬, 넷째 날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의 식사를 제외하곤 다른 중국 측 인사와 한 끼도 식사를 하지 않았다. ‘열 끼 중 여덟 끼’를 ‘혼밥’(혼자 밥 먹기)했다고 한다. 지난해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이를 두고 “외교를 후지게 만드는 일”이라고 반박했지만, 국민의 뇌리에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푸대접했다는 기억이 남아 있다. 덩달아 반중 정서도 나날이 증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