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신산업 스타트업이 성장하기란 쉽지 않다. 기존 산업과 규제로 인해 좌절하는 스타트업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19년 ‘타다’가 불법 콜택시로 낙인찍혀 사업을 접은 사건은 업계의 트라우마다. ‘제2의 타다’ 사태로 불린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과 변협 간 오랜 분쟁도 명확한 종결 없이 재점화되고 있다. 혁신이 기존 산업과 충돌하면 정부와 국회는 변화보다 보호를 선택해 온 것이다. 이는 스타트업 창업 기피로도 연결됐다. 창업부국을 목표로 삼아왔던 정부의 기조와는 달리, ‘2024년 창업기업동향’에 따르면 창업 수는 4년째 꾸준히 감소 중이다.
신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이유는 단순한 경쟁 문제가 아니다. 기존 법과 제도가 새 흐름을 놓치고 법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명시된 것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를 고수하며 새로운 서비스는 우선 불법으로 간주한다. 20년이 넘도록 논의 중인 원격의료 도입은 의료법 개정 지연과 플랫폼-직역단체 사이 갈등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기득권 보호를 위한 법 제정도 혁신을 가로막는다. ‘타다 금지법’은 스타트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 혁신 역량을 저해한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로톡 금지법’, ‘닥터나우 방지법’ 등 기득권들의 방어 입법은 여전히 존재한다. 직역단체들은 혁신을 가로막고 경쟁을 제한하면서, 언론을 활용해 오히려 혁신 스타트업들을 독과점 플랫폼으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정부의 규제특례는 단기 해결책에 불과하다. 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됐지만 일부 기업에 한시적으로 적용될 뿐 장기적인 발전에 한계가 있다. 또 수많은 조건과 제한이 붙고 인증과 부담이 추가되며, 마치 희망 고문처럼 스타트업들에게 족쇄를 채운다. 많은 스타트업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사업을 시작하지만 혜택이 끝나면 다시 법적 제약에 갇힌다.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신산업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미국, 유럽, 동남아 등에서는 다양한 신산업 성장을 빠르게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모빌리티·원격의료 등 규제 영향이 큰 플랫폼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고, 아예 플립(Flip)을 고려하는 스타트업들도 있다.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