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과 혼란의 시대다. 3년 전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한 채 희생자 숫자만 늘리고 있고 미·중 간 신냉전 구도는 더욱 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2기 정부 출범 이후 국제 정세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여당과 야당, 탄핵 찬성과 반대 세력이 나뉘어 극단적 대결 양상이 한창이다. 지구적으로도 위험 신호가 감지된다.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 뉴스가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다.
국내외에서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이 느는 것은 그동안 사회·국가·세계를 지탱해온 ‘공’(共)의 가치, 공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자각에서다. 정치적 분열과 전쟁, 경제·사회적 양극화, 광범위한 기후 재난의 밑바닥에는 인간의, 집단의 이기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상대를 무너뜨려야 내가 살고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횡행하는 한 ‘공’(共)의 가치를 회복하기 어렵다. 공생(共生)·공영(共榮)·공의(共義) 주의는 경제·정치·사회윤리적 측면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인류의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가치관을 제시한 문선명·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는 인류가 패권 경쟁을 계속한다면 공멸의 길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생·공영·공의주의는 인류 역사상 수많은 문제와 한계를 드러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넘는 ‘제3의 이데올로기’ ‘대안 이념’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함께 잘 사는’ 공생주의
◆‘제3의 이념’ 공영주의
인간의 공동체적 삶을 위해서는 적정한 경제적 분배의 실현(공생주의)과 도의사회를 구현하려는 의지(공의주의)가 바탕이 된다. 그러한 경제와 사회윤리의 문제를 조율하고 입법화하는 구체적 영역이 바로 정치이며, 이상사회(신통일한국)를 위한 정치적 측면을 다루는 개념이 바로 공영주의다.
공영주의의 ‘공동정치’를 말할 때, 우리는 흔히 민주주의 정치를 말한다. 그러나 공영주의에서의 ‘공동정치’ 개념은 소위 자유민주주의의 그것과는 다르다.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오늘날 이기주의와 배금주의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 재력이 큰 인사들이 실질적으로 더 많은 권리를 누리고 기득권 세력화하면서 빈부 격차는 권력의 격차가 됐다. 사회(공산)주의자들은 이 같은 세력을 부르주아라고 고발하며 민중을 대변하는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특권계급(공산당) 중심의 독재체제에 불과하다. 거기서는 특권계급만이 부유해지고 대중이 얻는 것은 빈곤의 평등뿐이다. 결국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란 자본주의 사회를 타도하고 공산주의자의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 개념인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도,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도 우리가 지향하는 신통일한국의 이상상(理想像)이 될 수 없다. 제3의 민주주의 이념이 요청되는 배경이다. 공영주의는 ‘형제주의적 민주주의’에 다름아니다. 즉 ‘하늘부모를 중심한 인류 한 형제주의’다. 한학자 총재는 2020년 8월 ‘신통일세계 안착을 위한 100만명 희망전진대회’에 참석해 특별 강연을 통해 “인간의 무지, 탐욕으로 기후변화 등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며 “공생, 공영, 공의로 통일된 인류 한가족의 중심에 하늘부모님이 계시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한민족의 경천애인, 홍익인간 이념은 하늘을 중심한 인류 형제애를 담고 있다. 이를 창조적으로 해석해 신통일한국을 위한 국가철학을 정립하고 통일헌법을 구성하는 일은 가치동맹 중심의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자유 대 평등의 사상적 대결을 푸는 세계철학사적 의미를 갖는 일이다.
◆‘도의세계 구현’ 공의주의
공의주의는 (사회)윤리적 측면에서 공동윤리의 사상을 말한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도덕, 윤리를 준수하고 실천함으로써 건전한 도의사회, 즉 공동윤리사회를 이룩해야 한다는 사상이다. 공생과 공영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각종 사회윤리적 제도와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서로 상이한 신조, 이념이 충돌할 경우 사회 구성원들이 합리적이고 자발적인 정치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 ‘공의’가 필요하다. 최병환 대전대 명예교수는 “이기적 개인주의와 전체주의적 폭력을 극복할 수 있는 의로움(義)의 가치, 즉 공의를 앞세우는 공의주의가 절실하다”고 해석하며 특히 사회통합을 위한 종교인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회 구성원이 인정하는 공의에 기초한 사회적 정의와 도덕, 법률을 제도적으로 제대로 구비할 때 사회적 합의와 신뢰가 가능해진다. 특히 보다 많은 사람의 복지와 행복을 위해 소수의 위정자와 권력엘리트들의 농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법과 예절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과 예절이 확립되면 그것이 사회적 선순환을 일으키도록 해야 한다. 공의주의는 사회적 안정은 물론이고 최종적으로 도의세계를 구현함으로써 법률적 낭비를 줄이는 효과도 얻게 된다.
공의주의 실현, 즉 도의세계 구현이라는 이상은 그 역사적 연원이 깊다. 대표적 사례로 삼국통일의 원동력이 된 화랑도의 정신과 생활을 꼽을 수 있다. 화랑도는 “상마이도의 상열이가락(相麻以道義 相悅以歌樂)” 정신을 중요하게 여겼다. 도의로써 서로 연마하고 노래와 음악으로써 서로 기뻐하는 삶의 태도는 화합과 통일로 가는 귀중한 덕목이다. 선조들이 보여준 훌륭한 정신을 되살려 국민통합의 길을 만들어가는 일은 우리 세대의 역사적 책임이다.
신통일한국을 위한 새 가치관으로서 공생·공영·공의는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천지인(天地人)사상에서의 천·지·인처럼 서로 순환하고 있다. 우리(人)의 책임은 천지인이 선순환하게 만드는 데 있다. 공생·공영·공의는 애천·애인·애국(愛天·愛人·愛國)과, 애천·애인·애국은 자유·평등·박애사상과 상호관계에 있다. 동·서양 문명의 창조적 융합의 결과다. 이들이 조화를 이룰 때 인류가 하나 되는 ‘하늘부모님 아래 인류 한 가족’ 사상, 하나님주의(Godism)는 완성될 것이다.
조형국 글로벌비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