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추위 기승 개화 시기 늦어져 광양매화축제 개화율 10% 안돼 순천 탐매축제 두 차례나 연기 지자체, 비닐 씌우고 전구 등 사용 대목 준비 상인들 손님 없어 울상
늦겨울 한파로 개화 시기가 늦어지면서 영호남 지방자치단체들이 봄꽃 축제 일정을 연기하는 등 꽃망울 터트리기에 애를 태우고 있다.
8일부터 열리는 김해 상동 강변 매화축제장인 용당나루 매화공원의 매화가 피지 못한채 꽃망울만 달려 있다. 사진 = 뉴스1
봄꽃 축제 중 가장 먼저 열리는 제24회 광양매화축제는 이달 7일 전남 광양시 매화마을에서 개막했다. ‘한국의 봄, 매화마을에서 열다’를 주제로 16일까지 열린다. 하지만 최근 이상 기후로 이날 매화 개화율은 채 10%가 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첫째 주 금요일에 개막했을 때 개화율이 30∼40에 달한 것과 큰 대조를 보였다.
예상과 달리 개화율 저조로 꽃을 보려는 관광객의 몰리지 않으면서 주변 상가들은 한산한 편이다. 매화마을 인근 한 식당 주인은 “예년에는 꽃이 필 때면 축제 기간과 상관없이 차가 막히고 손님들로 북적였는데 올해는 3월인데도 겨울과 다를 바 없어 걱정”이라며 “축제에 온 외지 손님들은 꽃이 없어 아쉬워한다”고 말했다. 광양시는 준비 일정 등을 감안하면 축제 연기는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축제와 개화 시기를 맞추기 어려워졌지만, 꽃이 피면 매화마을은 항상 축제장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 매곡동 탐매축제는 두 번씩이나 연기했다. 탐매축제는 지난달 22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일조량 부족과 기습 한파로 인한 홍매화 생육 부진으로 2일로 1차 연기됐다. 미진한 개화와 3·1절 연휴 비 소식 등으로 8일로 한 번 더 미뤄졌다. 매곡동에서 탐매축제 개최를 애초 2월 중하순으로 계획한 이유는 지난해 빠른 개화 상황 때문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홍매화가 2월 초 개화해 3월2일 축제 개최 시기에는 오히려 꽃잎이 대부분 떨어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전남 신안 임자도 홍매화 축제도 비상이다. 6일 개막식에 300여명밖에 찾지 않아서다. 주최 측은 2주 전부터 홍매화색과 같은 붉은 방한 비닐을 나무에 씌워 그나마 개화율을 40까지 올렸다. 신안군 관계자는 “신설된 축제에 손님이 몰릴 것으로 기대한 주변 상인들도 다소 실망한 눈치”라고 말했다.
봄꽃들의 개화 시기가 늦은 데는 지난달 두 차례 찾아온 북극 한파 영향이 크다. 2월3일부터 10일까지 이어진 입춘 한파에 이어 같은 달 18일부터 24일까지도 늦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이달 1일부터 3일까지 열렸던 경남 양산의 대표 봄꽃 축제인 원동매화축제는 매화가 피지 않아 주인공인 매화 없는 축제로 치렀다. 매화가 꽃망울을 틔울 기미조차 없자 양산시는 매화나무 가지에 전구를 설치해 매화꽃이 핀 것처럼 연출하고 축제 주최 측은 매화꽃에 온기를 전달하려고 조명기구인 서치라이트를 설치하기도 했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우리나라의 봄철 꽃피는 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충북산림환경연구소는 2010년 이후 대부분 종의 꽃 피는 시기가 빨라졌고 봄철 꽃피는 시기는 평균 9일 이상 빨라졌다고 밝혔다. 충북 미동산수목원은 봄철(3~4월) 평균온도는 2010년 관측 이래 지속해서 상승해 지난해까지 약 2.3도 이상 상승했다. 봄철 꽃피는 시기도 평균 5일 이상 빨라졌다. 지난해 미동산수목원 내 주요 수종의 꽃 피는 시기는 진달래 3월11일, 산수유 3월18일, 왕벚나무 4월5일로 2010년보다 10~16일 빨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