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과 헤드폰 사용은 현대인에게 일상이 됐다. 유튜브, 동영상 미디어서비스(OTT)가 다양하게 발달해 볼 것도 많아졌고, 무선이어폰의 발달은 다양한 활동과 음악 청취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편의성은 젊은 층의 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2023년 난청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80만368명. 2019년 65만646명보다 23%가 증가한 수치다. 이 중 가장 많이 증가한 연령대는 10대다. 2019년 2만4539명이던 난청 환자 수가 2023년 3만5999명으로 46.7% 증가했다. 다음으로 많이 증가한 것이 20대로 46.3%가 증가해 2023년 4만4932명의 환자 수를 기록했다.
◆장기간 반복되는 소음 노출… 청력 손실 위험
우리 귀는 큰 소음에 노출되면 내이(달팽이관)의 청각 세포(유모세포)가 영향을 받는다. 일시적 소음은 달팽이관 바깥쪽에 위치한 외유모세포의 섬모 기능을 과도하게 움직이도록 해 손상되게 한다. 다만 이 정도 손상은 섬모 기능이 회복하면서 청력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장기간 반복적인 소음 노출이다. 이 경우 달팽이관 안쪽의 내유모세포는 물론 이와 연결된 청신경과의 접합부에도 손상이 생긴다. 더욱이 자연적으로 재생되지 않아 영구적인 청력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선우 교수는 “청력 손실 시 보청기를 사용하거나 인공와우 이식 등 청력 재활 도구를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도울 수 있다”며 “하지만 소음성 난청을 완전히 치료할 방법이 없어서 소음성 난청은 예방이 가장 중요한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소음성 난청은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초기에는 고음을 잘 듣지 못하지만 일상에 특별한 불편함은 거의 없다. 볼륨을 크게 듣는 사람이 난청 진행을 인지하지 못하고 나쁜 습관을 지속해 증상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후 소음성 난청 난청이 진행하면 중저음도 잘 들리지 않아 시끄러운 곳에서 상대 목소리를 못 듣고 ‘응?’이나 ‘뭐라고?’ 하며 되묻게 된다. 이때부터는 이명이 나타나거나 외부 소음이 없는데도 잡음이 들려 수면이나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기도 한다.
중장년층부터 난청이 생기면 일상 속 의사소통 장애가 발생해 노년기 치매 위험도 커진다.
선우 교수는 “청각 세포 손상은 통상 90㏈(데시벨) 이상 큰 소음에 노출되면 발생하기 시작하지만, 적당히 높은 소음에 장기간 노출될 때도 손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대화 소리는 통상 50∼60㏈로, 90㏈은 오토바이 소리, 지하철 소음, 시끄러운 공장 기계 소리 등이 해당한다. 파티나 공연장의 큰 소음은 110㏈이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 써야
선우 교수는 이어폰과 헤드폰이 바깥 소음 소리를 차단해주는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ing)’ 기능을 가급적 활용하길 권한다. 외부 소음이 줄어들면 사용자들이 볼륨을 높일 필요가 없어져 청력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우 교수는 “일반적으로 60㏈ 크기로 음악을 들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지만, 버스, 소음이 많은 카페에서는 77㏈ 정도 볼륨을 높여 음악을 듣는다”며 “17㏈ 차이는 약 50배의 소리 강도가 높아짐을 의미한다. 소음 차단 기능을 활성화하면 조용한 도서관 정도의 환경에서 필요한 수준의 볼륨으로 청취를 가능하게 해 30㏈의 소음 감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외신에서 20대 여성이 청각정보처리장애(APD)로 진단받은 사연을 전하며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사용을 원인으로 지목한 사례가 있었다. 선우 교수는 “이는 일부 사례로, 그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청력 손실을 예방하려면 음향기기 최대 음량의 60% 이하로 설정하고, 하루 사용 시간을 60분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선우 교수는 “국내에 유통되는 스마트폰의 경우 15단계 정도로 볼륨 조절이 가능한데, 이 중 10단계가 85㏈에 해당해 이보다 낮은 크기로 들어야 한다“며 “영화, 강의 등 오랫동안 음향기기를 사용해야 할 땐 1시간 사용 후 10분 정도 쉬어줘야 한다. 75㏈ 정도 소음이라도 하루 6시간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