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집권 여당인 자유당이 9일(현지시간)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뒤를 이을 새 당대표로 마크 카니(59) 전 캐나다중앙은행 총재를 선출했다.
카니 전 총재는 이날 발표된 당대표 선거 결과에서 85.9%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경쟁 후보인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 카리나 굴드 전 하원 의장, 프랭크 베일리스 전 하원의원을 누르고 차기 당대표로 당선됐다.
캐나다에선 단독 과반의석을 차지하거나, 연립내각을 구성하는 최다 의석 정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당내 소식통을 인용해 카니 신임 대표가 몇주 안에 조기 총선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달 중 조기 총선을 요청할 경우 캐나다는 이르면 4월 말 내지 5월 초 선거를 실시할 가능성이 커진다.
카니 대표는 현역 의원이 아니더라도 법적으로 총리로 취임할 수 있지만, 캐나다 정치 관행을 고려할 때 가능한 한 이른 시일에 의원직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차기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 그의 정치적 장래를 보장하기 위한 첫 과제로 지적된다.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인 카니 대표는 2008년 2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해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비교적 성공적으로 캐나다 경제를 방어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2020년엔 외국인으로선 처음으로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총재를 맡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했다.
현직 의원이 아닌 데다 대중적인 지명도도 상대적으로 낮았던 그는 트뤼도 총리의 정책 기조와 거리를 두면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세 위협 대응에 대응할 수 있는 '경제통'임을 내세워왔으며 당대표 선거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선두를 지켜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를 약 한 달간 상당 부분 면제하기로 결정한 직후 다시 목재와 낙농제품에 대해 '보복성' 상호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며 캐나다를 압박하고 있다.
관세 부과 압박과 더불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성 언급이 캐나다인들의 반미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인 감정이 얽혀있던 트뤼도 총리가 물러나고, 카니 대표가 캐나다 총리에 공식 취임하게 되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전쟁'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여당인 자유당의 대(對)국민 지지율은 그동안 계속해서 하락해 야당인 보수당에게 큰 폭으로 뒤지다가 트뤼도 총리의 사임 의사 발표 이후 반미 정서 부상과 맞물려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CBC뉴스가 각종 여론조사를 집계해 발표하는 여론조사 트래커에 따르면 자유당의 지지율은 지난 1월 6일 20.1%에서 이달 5일 30.8%로 반등했다. 지지율 1위인 보수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같은 기간 24.1%포인트에서 9.5%포인트로 좁혀졌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향후 총선에서 자유당과 보수당 중 어느 한쪽도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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