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먹었는데 어떡하지?”…제주흑돼지, 알고보니 ‘이것’이었다 [일상톡톡 플러스]

보호받는 ‘천연기념물’ 제주흑돼지, 국가에서 별도로 관리

시중 유통되는 흑돼지, 식용으로 길러진 개체 법적문제 無

제주흑돼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뛰어난 맛 덕분에 제주도의 대표적인 미식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으며, 제주 전역에는 이를 주메뉴로 내세운 음식점이 성업 중이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미식가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천연기념물이라는 명칭 때문에 제주흑돼지를 식당에서 먹어도 되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15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흑돼지는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과거 혼례나 초상 등 집안의 큰 행사뿐만 아니라 마을의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제에서도 돼지고기는 가장 귀한 음식으로 여겨졌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돼지를 ‘돗통시’라 불리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변소에서 키웠으며, 이는 농가의 퇴비 생산과 화장실 청소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제주흑돼지는 ‘똥돼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제주도 축산진흥원은 1986년 제주시 우도 등 도서 지역에서 재래종 흑돼지 5마리(암컷 4마리·수컷 1마리)를 확보해 현재까지 순수 혈통을 유지하며 관리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2015년 3월17일 제주흑돼지를 국가지정문화재 중 하나인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흑돼지는 제주특별자치도 축산진흥원의 사육시설과 방목장 보호구역 내 개체만 해당한다. 현재 약 275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며, 정부는 혈통 보존을 위해 최소 250마리 이상을 유지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나이가 들거나 표준 체형을 갖추지 못한 개체는 연 1회 심사를 통해 천연기념물 지위를 해제한 후 보호구역 밖으로 반출된다. 즉, 일반 식당에서 소비되는 제주흑돼지는 천연기념물이 아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주흑돼지는 고유 혈통의 제주흑돼지를 기반으로 다른 품종과 교배한 개량종이 대부분이다.

 

제주 재래흑돼지는 지방층이 두껍고 생산성이 낮아 농가에서는 몸집이 크고 성장 속도가 빠른 햄프셔, 육질이 부드러운 버크셔·듀록 등의 품종과 교배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제주흑돼지 새끼들이 검은 빛깔을 뽐내고 있다. 제주도 제공

2023년 기준 제주도 내 258개 양돈농가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총 51만9209마리이며, 이 중 흑돼지는 15만5446마리로 전체의 약 29.9%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제주흑돼지는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개량 흑돼지는 내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며 일반 돼지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여름철 관광객 수요가 많은 시기에는 제주흑돼지의 경락가가 일반 돼지보다 ㎏당 약 2000원가량 높으며, 비수기인 겨울철에는 ㎏당 약 500원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제주흑돼지는 우수한 맛과 품질을 자랑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2023년 ‘비계 삼겹살’ 논란으로 인해 제주흑돼지의 이미지가 실추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계 함량이 높은 삼겹살이 판매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논란이 발생했고, 관련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관광객이 믿고 찾을 수 있도록 신뢰 회복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양돈농가의 분뇨 불법 배출과 악취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제주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제주흑돼지 산업을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