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침체를 불사하고라도 관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 경제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1, 2월(합산) 수출이 역성장하고, 내수 부진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는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격한 관세 정책을 고수하면 미국의 경기침체는 불가피하고, 물가까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커진다고 진단했다. 관건은 미국 경기가 얼마나 빨리 식느냐이다.
허준영 서강대(경제학과) 교수는 “보통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하면 경기침체로 보는데 지금으로선 미국 경제가 2개 분기 역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즉 미국 경제가 둔화하는 것은 확실하다”면서 “미국의 경기침체가 급격하게 오면 전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인협회 글로벌리스크팀장은 “트럼프가 관세정책을 강행하면 캐나다와 멕시코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고, 캐나다와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뿐 아니라 현지에 중간재를 공급하던 기업들의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원 실장은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이라며 “1, 2월 합산 수출은 이미 역성장했다. 관세 충격에 대비해 미리 수출 실적을 당겨 쓰고, 아직 트럼프 관세 효과는 반영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을 0.9%로, 지난 전망 대비 0.6%포인트나 낮췄다. 올해 성장(전년 동기 대비)에서 수출 기여도는 상·하반기 모두 0.3%포인트로, 내수(0.5%포인트, 1.9%포인트)보다도 낮다.
트럼프가 관세정책을 강행하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도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지난달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1.5%로 지난해 11월 전망 대비 0.4%포인트 낮췄다. 그러나 미국이 주요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상대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면 우리나라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모두 1.4%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