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 오가는 멕시코 '겨울진객' 제왕나비 2배 증가

미·캐나다서 추위 피해 날아와…"보호구역 보존 지속해야"

멕시코에서 겨울을 나는 제왕나비 개체 수가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추산돼, 환경 당국과 관련 단체가 반색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멕시코 국가자연보호구역청(CONANP)과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2024∼2025년 겨울철 멕시코를 찾은 제왕나비는 전년도보다 9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멕시코 바에데브라보 지역에서 관찰된 제왕나비. AP연합뉴스

검정과 주황 계열 색깔의 날개를 가진 이 독특한 제왕나비의 개체 수는 나비들이 뒤덮은 숲 면적으로 조사하는데, 2023∼2024년 0.90㏊(9천㎡)였던 겨울나기 지역 규모는 이번 시즌에 1.79㏊(1만7천900㎡)로 넓어졌다.



미국과 캐나다에 서식하는 제왕나비는 북미 지역 겨울이면 온화한 기후의 멕시코로 이동한다. 왕복 이동 거리는 최장 5천㎞에 달한다.

멕시코시티 서쪽 지역 숲 지대를 빼곡하게 뒤덮은 제왕나비의 모습을 적당한 거리에서 감상하는 것은 이맘 때 인기 있는 주요 관광 상품 중 하나다.

페드로 알바레스 이카사 롱고리아 멕시코 국가자연보호구역청장은 관련 보도자료에서 "가뭄에 시달렸던 2023∼2024년 겨울보다 이번엔 이동 중 수분 보충이 용이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호의적인 기상 조건 덕분에 서식지가 늘어난 게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멕시코를 찾는 제왕나비 숫자는 극단적 기상 상황, 농약 사용 증가, 불법 벌목으로 인한 숲 파괴 등 번식과 이주를 위협하는 요인들 때문에 최근 줄어들고 있다.

1996∼1997년 18.19㏊(18만1천900㎡)로 최고 기록을 기록했던 서식 숲 면적은 지속해 감소세에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13∼2014년엔 0.67㏊(6천700㎡)까지 쪼그라들면서 현지 환경단체의 큰 우려를 낳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비록 제왕나비 월동 면적이 '반짝' 늘었다고는 해도 서식지 보호 노력을 위한 우선순위는 변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호르헤 리카르드스 게바라 WWF 멕시코 사무국장은 "숲을 보존함으로써 이 상징적인 곤충에 번식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지금의 이 증가세를 지속적인 추세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를 비롯한 모든 영역의 노력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