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와 거장/ 데이비드 W. 갤런슨/ 이준호·강은경 옮김/ 글항아리/ 2만8000원
현대미술 애호가이자 하버드대 출신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갤런슨은 미술작품의 경매가를 들여다보다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잭슨 폴록, 윌렘 드 쿠닝, 마크 로스코는 경력이 쌓이며 작품의 가치가 오른 반면 재스퍼 존스, 로버트 라우션버그, 앤디 워홀은 아주 어린 나이에 가장 비싼 작품을 완성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예술가의 나이와 작품 가격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갤런슨은 개별 화가의 작업 방식과 예술적 특징, 최고의 작품이 탄생한 시기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역사에 이름을 남긴 예술가를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어떤 예술가들은 오랜 노력 끝에 인생 후반기에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루는 반면, 어떤 이들은 활동 초기에 자신의 분야에서 대혁신을 일으킨다. 갤런슨은 ‘천재와 거장’에서 전자를 ‘거장’, 후자를 ‘천재’로 분류해 각각을 ‘실험적 혁신가’와 ‘개념적 혁신가’로 분석한다.
이러한 생애주기 차이는 그림 제작방법의 차이를 의미한다. 천재 유형인 개념적 혁신가는 귀납적이 아니라 연역적으로 일한다. 피카소가 대표적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작업에 대한 명확한 아이디어와 지향점이 있었고, 그걸 고스란히 캔버스에 펼쳤다. 입체파 대표작인 ‘아비뇽의 처녀들’을 발표할 때 피카소는 불과 26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