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2위 LS전선·대한전선 5년 특허싸움 끝까지 가나

LS전선, 1심 이어 2심 승소

부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제품
하청업체 직원 통해 유출 의혹
항소심, 손배액 16억으로 상향
대한전선 “향후 상고 여부 결정”

대한전선 모기업인 호반그룹
LS그룹 지분 일부 매입 나서
기술분쟁 그룹간 대결로 확전

국내 전선업계 2위인 대한전선이 1위 LS전선 제품 특허를 침해한 점이 2심 재판부에서 일부 인정됐다. 1심에 이어 2심까지 LS전선이 승소했지만 두 회사의 특허 및 기술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법원 제24부(재판장 우성엽)는 13일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상대로 제기한 부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제품 특허침해 손해배상 등의 청구소송 2심 재판에서 LS전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대한전선의 청구는 기각했다.

LS전선 동해사업장 전경. LS전선 제공

부스덕트는 케이블보다 대량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배전수단으로, 건물 배전수단으로 많이 쓰인다. 조인트 키트는 부스덕트의 주요 구성품이다.

 

소송은 LS전선 하청업체인 J사에서 부스덕트 조인트 키트 외주제작을 맡았던 직원이 2011년 대한전선으로 이직한 뒤 대한전선이 2012년부터 유사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LS전선이 2019년 제소해 시작됐다.

 

이날 재판부는 배상액을 1심보다 10억여원 올린 15억9000만원으로 판시하고 대한전선이 본점과 사업소, 영업소 등에 보관 중인 이 사건 관련 완제품과 반제품을 모두 폐기하도록 했다.

 

1심 재판부는 LS전선 손을 들어주며 대한전선에 4억9623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1심 판결에 LS전선은 배상액이 적다는 이유로, 대한전선은 특허를 침해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쌍방 항소했다.

 

법원 판단과 달리 두 회사의 싸움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이날 대한전선은 “특허법의 과제 해결원리와 작용 효과 동일성 등에 대한 판단 및 손해배상액 산정 등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진다”며 “향후 판결문을 면밀하게 검토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전선 당진공장 전경. 대한전선 제공

두 회사가 다른 사안으로도 충돌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대한전선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대한전선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을 탈취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LS전선이 보유한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가 하청업체를 통해 대한전선에 유출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2008년부터 2023년까지 LS전선의 강원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의 설계를 담당한 이 하청업체가 대한전선의 충남 당진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맡으며 설계도를 유용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수사 결과 대한전선의 혐의가 입증되면 두 회사의 갈등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해저케이블은 두 회사의 핵심 먹거리 사업이다. 전력과 통신 등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시장 규모는 최근 급성장 중이다.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5세대이동통신(5G),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고속 데이터 전송 필요 기술 발전이 해저케이블 수요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기술 분쟁이 LS와 호반그룹 간 싸움으로 확전하는 분위기도 심상찮다. 대한전선의 모그룹인 호반은 최근 LS 지분을 매입했다. 호반그룹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상법상 지분율 3%가 넘는 주주가 해당 기업의 장부와 서류 열람 청구권, 이사의 위법 행위 유지 청구권 등을 갖게 되는 점을 노린 것 아니냐는 재계 해석이 나왔다.

 

LS전선은 “앞으로도 핵심 기술을 지키기 위해 기술 탈취 및 침해 행위에 대해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이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