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 기술표준 선점” 글로벌경쟁 서막… 韓 주도권 잡는다

2030년 상용화 목표 논의 시작

3GPP, 인천서 6G 워크숍·기술총회
삼성전자 RAN 기술표준 의장 배출
LG선 서비스·시스템 부의장 나와

6G 땐 로봇·드론·자율주행차도 연결
자사기술 포함 땐 특허료 수입 막대
특정장비 의존 않는 SW 중심 ‘오픈랜’
기지국에 인공지능 내재 ‘AI랜’ 거론

스마트폰은 물론 로봇·드론·자율주행차 등을 모두 연결할 6세대 이동통신(6G)은 어떤 모습일까. 10∼14일 인천에서는 6G의 미래상을 엿볼 수 있는 행사가 열렸다. 이동통신 표준을 만드는 국제단체인 3GPP가 ‘6G 기술 워크숍’과 ‘기술총회’를 이 기간 열었다. 이번 행사는 6G 표준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6G는 2030년쯤 상용화될 전망이다. 이제 태동 단계인 6G의 큰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가 이번 행사의 핵심 안건이었다. 향후 6G 표준특허에 자사 기술을 얼마나 많이 넣을 수 있느냐는 기업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표준 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동통신사는 물론 삼성전자·퀄컴·화웨이 같은 장비제조사, 정보기술(IT)·컴퓨팅 기업, 자동차·위성업체 등의 전문가 1000여명이 이번 행사에서 물밑 경쟁을 벌였다.

◆한국, 6G 표준 논의 주도



이동통신은 크게 10년 주기로 그간 쌓인 새 기술들을 모아 세대를 나눠 왔다. 1세대 이후 2세대(GSM·CDMA), 3세대(WCDMA), 4세대(LTE)에 이어 현재 5세대(5G) 이동통신이 널리 쓰이고 있다. 이동통신 표준 만들기는 1998년 생긴 국제단체 3GPP에서 시작된다. 3GPP 회원사인 전 세계 기업들이 치열하게 논의해 기술규격을 만들면 이를 한국·미국·유럽 등의 표준화기구가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제출한다. ITU 승인이 떨어지면 6G 국제규격이 만들어진다.

6G 표준이 중요한 이유는 기업 수익으로 연결돼서다. CDMA 원천기술의 90%, WCDMA의 27% LTE의 16%를 갖고 있는 퀄컴은 특허료 수입이 연간 10조원에 육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6G 표준작업을 2029년 상반기에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30년쯤에는 ‘6G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이번 3GPP의 워크숍·기술총회에서는 6G 표준의 방향성이 얘기됐다. 한국 표준화기관인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관계자는 “이 방향성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은 향후 4년간 6G 논의에 들어가기 힘들기에 가능한 한 자기 기술이 들어가게 하려고 이번 워크숍에 많은 사람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TTA 정용준 전파방송표준단장은 “회의에서 제시한 방향성을 기반으로 앞으로 각 기업이 서로 경쟁해서 6G 표준특허로 선택받게 된다”며 “이제 전쟁이 시작됐고, 기업들이 지금까지 준비한 것들과 앞으로 전장에서 싸울 수단들을 준비할 시작선에 선 셈”이라고 설명했다.

6G 표준 경쟁에서 한국은 일단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삼성전자 김윤선 마스터가 이번 기술총회에서 무선접속망(RAN) 기술표준그룹 의장에 선출됐다. LG전자 김래영 책임연구원도 서비스·시스템(SA) 그룹 부의장에 선출됐다. 3GPP 기술총회는 아래에 RAN, SA, 핵심망·단말(CT)이라는 3개 기술표준그룹을 두고 표준을 논의한다. TTA 정 단장은 “RAN 그룹은 3개의 그룹 중 가장 많은 표준을 내세운다”며 “6G 표준을 한국이 주도할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오픈랜·AI랜… 6G 방향성은

5G까지는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느냐가 관심사였다. 6G는 속도·용량은 물론 통신망의 질적 진화와 수익 확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번에 나온 6G의 주요 방향성으로는 개방형 무선접속망(오픈랜·Open RAN), 인공지능 무선접속망(AI RAN), 이동통신과 비지상망(NTN)의 결합, 에너지 효율 증가 등이 거론된다.

오픈랜은 이동통신 기지국을 소프트웨어와 개방형 표준에 기반해 구현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통신사가 기지국에 1∼2개 회사 장비만을 이용할 수 있었다. 화웨이 같은 특정 회사에 종속되는 것이 불가피했다. 오픈랜에서는 통신장비의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해 무선신호처리부(RU), 분산장치(DU), 중앙장치(CU) 등을 서로 다른 업체에서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인 2020년 오픈랜 정책연합을 출범시켰다. 중국 화웨이가 5G 장비 시장을 장악한 상황을 흔들기 위해서였다. 화웨이가 5.5세대 이동통신에 힘주며 6G 주도권까지 가져가려는 상황에서 미국은 통신장비를 소프트웨어와 서버 중심의 오픈랜·가상랜(V RAN)으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

이 같은 미·중 패권 경쟁으로 6G에서도 오픈랜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최성호 PM은 “기지국이 소프트웨어화되면 엔비디아·구글·메타와 같은 기업에게도 시장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오픈랜은 제조사 간 가격 경쟁을 부르고 10년 주기로 장비를 바꿀 필요가 줄어들어 통신사에도 유리하다.

AI와 네트워크의 결합인 AI랜이나 AI 내재화는 6G의 주요 흐름이다. 기지국에 AI 기술을 내재하면 AI가 무선통신망을 유연하게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기지국이 학습·추론 등 AI 작업을 실행하는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 엔비디아가 통신망을 넘보는 이유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삼성전자·소프트뱅크·ARM·에릭슨·노키아·MS 등과 함께 ‘AI랜 연합’을 출범시켰다.

최 PM은 “6G에서는 이동통신의 단말이 스마트폰뿐 아니라 로봇·자동차가 될 수 있다”며 “이들이 지능을 가지려면 수집한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센서와 네트워크가 결합해야 하고 위성으로도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봇의 경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갖고 추론까지 하기에는 배터리 용량이 문제다. 클라우드를 쓰자니 데이터 전송 지연이 걸린다. 서버와 로봇을 연결하는 기지국에 AI 추론 기능을 넣으면 전송 시간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경우 누가 어느 수준에서 데이터를 수집할지도 관심사다.

6G에서는 지상망인 이동통신과 비지상망인 위성 등이 처음부터 결합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지상에 국한됐던 서비스를 해상과 상공까지 넓히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