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헌재 결정 앞두고 분열 극심, 승복 안 하면 공멸한다

공존과 관용은 민주 공화정 토대
지지층만 독려 尹 솔선수범하고
野도 與처럼 승복 입장 내놓아야

이번 주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탄핵 찬반 진영이 곳곳에서 격렬히 충돌하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과 대구·경북 등에서 열린 탄핵 찬반 집회에는 수만명이 참가해 헌재를 압박했다. 집회가 금지된 헌재 앞에서 욕설을 퍼붓고 특정 헌재재판관 이름을 거명하며 살해 협박을 하는 몰지각한 행태도 목격됐다. 정치권에는 ‘탄핵 각하 급선회’, ‘5대3 기각’ 같은 출처 불명의 가짜뉴스가 유포되면서 혼란을 가중했다. 헌재 게시판의 본인 인증이 강화되자 양 진영은 헌재에 ‘팩스 폭탄’을 퍼붓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과 집회·결사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지만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 안에서의 자유다. 비상계엄 사태 와중에 공존과 관용이라는 민주 공화정의 토대가 흔들리는 것은 우려스럽다. 헌재 결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건 위험 신호다. 이래선 헌재 결정이 더 심각한 국론 분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일에 ‘갑호비상’을 발령했다. 민간 소유 총기 출고도 금지된다고 한다. 흡사 내전 상황을 방불케 한다. 나라의 신인도와 국격 추락이 우려된다.



그런데도 석방된 윤 대통령은 지지층만 독려하고선 말이 없으니 실망스럽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단합과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초기 광복절 경축사와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정치적 갈등을 넘어서 국민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이념과 진영을 초월한 통합을 외쳤다. 윤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 승복을 약속하고 지지층에도 그렇게 하도록 당부해야 한다. 그 길만이 나라를 위하고 자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해 준 국민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어제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은 헌재의 판단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민주당 차례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유튜브에서 “헌법 질서에 따른 결정들을 승복 안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모호하게 한마디 했다. 권 원내대표가 “여야 당 대표 간 기자회견이든, 공동 메시지든, 저희는 어떤 것이든 간에 승복 메시지를 내겠다”고 제안했으니 이 대표는 즉각 화답하길 바란다. 국회 차원의 ‘승복 결의안’도 방안이다. 보수·진보의 한국이 따로 있지 않다.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 정치는 파산 상태다. 제대로 고쳐야 한다. 하지만 공동체가 무너진 뒤엔 그 어떤 처방도 소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