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버튼

“때렸지만 고의 아냐”“문 열려있어 들어간 것”…서부지법 난입 피고자의 항변

강제 개방 행위 등 ‘다중 위력’ 부인
“대통령한테 미안해서” 혐의 정당화
“경찰 2번 때린 건 맞지만 의도 없어”
지난 1월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이 법원 진입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법원에 강제로 들어가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우현 부장판사)는 17일 오전 먼저 기소된 63명 중 20명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 선 피고인들은 지난 1월 19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다중의 위력으로 서부지법 경내 혹은 건물에 침입한 혐의(특수건조물침입)를 받는다.

 

일부는 진입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도 적용됐다. 피고인들의 직업은 자영업자, 유튜버, 회사원, 교사 등으로 다양했다.

 

피고인들은 “대부분 피고인이 직접 법원 후문을 개방하지 않았으며, 개방된 문으로 뒤늦게 진입하는 등 다중의 위력을 보이며 침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특수건조물침입이 아닌 일반건조물침입 혐의가 적용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조물침입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단체·다중의 위력을 보였음이 입증돼 특수건조물침입이 적용되면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

 

변호인은 “법원 후문을 강제로 개방한 사람들과 그냥 들어간 사람 간의 공소사실을 재정리해 공소장 변경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의 개별 혐의에 대해 “다수의 시위대가 경내로 진입해 대치 중인 상태에서 아무런 제지 없이 평온하게 들어갔다”, “강제 개방한 행위는 없다” 등의 주장을 이어갔다.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도 “고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찰관의 팔을 경광등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양모씨는 “두 번 때린 건 맞지만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바닥에 있던 방패를 주워 경찰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이모씨 측 변호인은 “바닥에 떨어진 방패를 사람들이 밟으면 위험해서 든 것”이라며 “몸으로 밀었지 경찰을 때린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범죄 혐의를 정당화하는 발언도 나왔다. 한 피고인의 변호인은 “시위대와는 별개로 대통령에 관한 미안한 마음과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항의의 마음을 표시하려고 담을 넘어서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검찰은 ‘피고인들은 폭도’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마시고 죄형 법정주의 책임 원칙에 따라 피고인별로 다중의 위력이 포함된 사람인지 아닌지 증거를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피고인 수가 많은 만큼 재판부는 공판기일을 나눠 진행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23명이 첫 재판을 받았고, 지난 14일에는 2명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지난 공판의 피고인들도 다중의 위력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공판에서 10여명의 피고인은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차량을 공격한 것과 관련해 “창문을 한 번 두드렸을 뿐 단체·다중의 위력을 발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오는 26일 오전 10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 서부지법 사태로 입건된 피의자 140명 중 93명을 송치했으며, 나머지 47명은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