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해 사재 출연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재정지원 액수와 출연방법이 빠지면서 채권자들인 개인투자자들과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합병 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면서 향후 사모펀드의 활동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홈플러스는 “증권사에 의해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 투자자들은 당사에 대한 직접적인 채권자들은 아니지만 그 변제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당사에 있다”며 “해당 채권들이 전액 변제되는 것을 목표로 회생절차에 따라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이날 소상공인 거래처를 비롯해 금융투자자들의 손실액 등 피해 금액을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김 회장의 사재 출연 계획 발표 당시 구체적인 사재 출연 규모와 방식 등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홈플러스의 단기채권을 구매한 개인 및 일반법인 투자자들은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사전에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알고도 채권을 판매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홈플러스의 채권 전액 변제 약속에도 불구하고, MBK파트너스 측이 구체적인 피해지원 규모나 방식에 대해 입을 닫아 약속 이행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보상규모와 지원방식을 공개하기 전까진 MBK파트너스나 홈플러스를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도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회장의 사재 출연 결정에 대해 “정치적 압박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며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충분한 사재 출연과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강등을 인지하고도 단기채권을 발행했는지에 초점이 맞추고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한 등급 하락할 것 같다는 예비평정을 신용평가사에서 전달받은 지난달 25일 820억원 규모의 ABSTB를 발행해 신용등급 강등을 인지하고도 단기사채를 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가 지난해 연말부터 ABSTB 등 단기채권 발행을 확대한 것을 두고 그보다 먼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인지하고 회생신청을 계획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인해 사모펀드와 MBK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정서도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이날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홈플러스 이후 계속되는 MBK의 적대적 인수가 적절한가’를 묻자 73.7%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현재 MBK는 홈플러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과 5조원 규모의 CJ 바이오 사업부 인수에 나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