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통화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30일 임시 휴전’ 조건을 직접 조율에 나선다.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우크라이나 가입 배제와 중립국 유지 등 구체적 요구사항을 내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겐 매우 좋은 기회가 있다”며 협상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특사가 최근 푸틴 대통령을 접견한 데 이어 양국 정상 간 통화가 예정되면서 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서 취재진과 만나 “푸틴 대통령과 18일에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말간 많은 일이 이뤄졌다”면서 “우리는 저 전쟁을 끝낼 수 있는지 보길 원한다. 그렇게 할 수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매우 좋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종전협상 의제가 될 사안을 일부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특정 자산의 분할’과 관련한 대화가 이미 진행 중”이라며 “영토와 발전소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의 초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 기간 우크라이나 내 원자력발전소는 러시아군의 주요 표적이었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은 17일 “우리는 절대로 앞서나가지 않는다. 대화는 실제로 준비되고 있으나 두 대통령의 대화 내용은 사전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 측은 이번 통화의 의제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물밑에서 구체적인 선결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같은날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휴전안에 철저한 안전 보장이 포함되도록 요구할 것”이라며 “그러한 안보 보장의 일부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유지와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에 대한 회원국들의 거부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021년 말 미국과 나토에 요구한 협정 초안에 포함돼 있는 내용으로, 당시 러시아는 나토 세력권을 ‘1997년 이전 국경’으로 되돌릴 것을 요구했으나 미국과 나토는 수용하지 않았다. ‘1997년 이전 국경’이란 체코·폴란드·헝가리와 에스토니아·라트비아·루마니아 등 동유럽의 옛 소련권 국가들이 대거 나토에 가입하기 전의 세력 구도를 말한다. 나토군이 중부유럽까지 물러서야 한다는 게 러시아 측의 입장이다.
그루슈코 차관이 이날 협정 초안 내용을 다시 꺼내 든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나토에 물으면서 미국을 압박해 최대치를 얻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루슈코 차관은 “유럽연합(EU)이나 나토, 혹은 개별 국가 차원에서 파견되더라도 우크라이나에 병력이 배치되는 순간 그들은 사실상 분쟁 지역에 개입하는 것이며 이에 따른 모든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나토 회원국들의 정책과 군사적 전개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기 전까지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중대한 위협이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도 이 같은 러시아 요구사항을 상당 부분 받아들일 전망이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로 가는 영구적인 경로를 확보하거나 정식 회원국이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휴전안 수용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점령한 돈바스 등 동부 지역을 우크라이나가 포기해야 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것은 영토와 미래 안보 보장을 맞바꾸는 합의가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 요구에 따라 국제기구인 국제침략범죄기소센터(ICPA)에서 발을 뺐고, 친우크라이나 성향으로 지목된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를 고위급 협상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한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7일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통화하고 대우크라이나 지원과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시비하 장관에게 우크라이나의 조속한 평화 회복과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할 것이며,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들과 관련해 한국행 희망 시 전원 수용한다는 기본 원칙 및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는 우리 정부 입장을 강조했다. 북한군 포로 문제를 양국 간 장관급에서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