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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소신 유지하며 與에 반기 “상법개정안 거부권 반대”

李 “위험한 도로로 돌아가자는 것”
윤한홍 “경솔한 발언 자제하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국민의힘 상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한 것과 관련해 “위험한 길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라며 재차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해 직을 걸고 반대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 질의에 이 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자본시장 발전이라는 목적으로 가는 길에 멀고 안전한 포장도로가 있는 반면, 빨리 갈 수 있는 위험한 도로도 있다”며 “야당에 아쉬운 부분은 위험한 도로에 가려면 미리 가드를 설치하고 승객들에게 경고도 하는 등 준비가 필요한데 너무 빨리 악셀을 밟는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3일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일방 처리했다.

 

이를 놓고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기업가 정신을 말살하려 하고 있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기업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면, 각각의 이해관계를 가진 주주들이 기업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소송에 나설 수 있다고 국민의힘은 우려하고 있다.

 

이 원장은 여당 움직임에 “개정안이 여러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긴 해도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온 경제팀 입장에서 이를 원점으로 돌리는 결정을 내리는 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해 직을 걸고 반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원장은 이날도 상법 개정을 반대하는 기업을 향해 “위험한 도로 탓을 하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출발을 안 하려고 하는 것 같은 아쉬움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올바른 선택이 아니더라도 이미 위험한 도로를 한참을 왔는데, 다시 뒤로 가는 건 위험한 도로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 뉴스1

 

국민의힘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이에 “직을 걸겠다는 표현을 그렇게 함부로 하느냐”며 “법무부 장관이라든가 그 법을 직접 핸들링(지휘)하는 라인에 있을 경우에는 그 표현을 할 수 있지만 금감원장은 그런 자리에 있지 않다. 그런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위원장이 우선인가, 금융감독원장이 우선인가”라고 물으면서 자리와 권한에 맞지 않는 경솔한 발언은 자제하라고 하자, 이 원장은 “명심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