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 보도로 촉발된 ‘미국 에너지부(DOE)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의 내막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그제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한 것은 “외교 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 대리도 이와 관련해 비슷한 취지로 설명하며 “큰일이 아니다”(it is not a big deal)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안심해서는 안 될 일이다.
미 에너지부 감사관실(OIG)이 지난해 상반기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OIG는 2023년 10월 1일부터 이듬해 3월 31일 사이, 원자로 설계도를 갖고 한국으로 향하던 에너지부 산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직원을 적발했다. 미국이 수출을 금지한 원자로 설계도가 한국으로 반출될 뻔했고, 그 과정에 한국 정부가 연루됐다고 본 것이다. 에너지부가 바이든 행정부 말기인 지난 1월 초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보 유출 사항이라고는 하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빌미로 무역 및 통상 압박을 전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내달 15일 미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지정 효력 발효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정부가 서둘러 전모를 파악해 한국 정부의 연루 또는 공모 의혹을 해소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