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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JFK 암살 음모론

1963년 11월 22일 낮 12시 30분 화창한 날씨에 무개차를 타고 미국 텍사스 댈러스 시내 중심가에서 퍼레이드에 나선 존 F 케네디(JFK) 대통령을 겨냥해 총알 세 발이 날아들었다. 그중 한 발이 재임 1000일을 맞은 케네디를 절명시켰다. 몇 시간 후 해병 출신인 리 하비 오즈월드가 용의자로 체포됐다.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던 그는 이틀 후 구치소로 호송되던 중 총격에 살해됐다.

당시 얼 워런 연방대법원장이 이끈 조사위원회는 10개월에 걸친 케네디 암살 수사 끝에 이듬해 9월 27일 오즈월드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그런데도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워런 위원회가 물증도 제시하지 않은 채 관련 자료를 모두 극비문서로 분류해버린 탓이다. 음모론도 무성했다. 암살 배후로 미 중앙정보국(CIA)부터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 소련의 비밀경찰 KGB, 마피아까지 지목되는 등 추측이 난무했다. 케네디 서거 50주년인 2013년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암살 배후가 있다고 믿는다는 응답은 61%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네디 암살 사건과 관련한 미공개 파일을 18일(현지시간)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의회가 관련법을 제정해 2017년까지 주요 자료를 비공개로 부쳤는데, 1992년 ‘케네디 암살기록 수집법’이 제정돼 처음으로 2800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까지 찔끔찔끔 공개됐으나 결정적인 내용은 없었다. CIA 등 정보기관의 반대로 민감한 정보는 예외였고, 일부가 지워진 채 공개됐다. 트럼프는 17일 “공개 파일이 약 8만쪽에 달한다”며 “국가정보국(DNI)에 어떤 것도 삭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며 음모론을 잠재울 자신감도 보였다.

30여년간 음모론을 분석한 저서 ‘음모론이란 무엇인가’ 등을 펴낸 미국의 과학 저술가 마이클 셔머는 작년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모든 음모론은 ‘적’을 상정하기 때문에 사회적, 정치적 양극화도 이를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수년째 부정선거 주장이 판친 끝에 이제는 탄핵 찬반으로 나뉜 채 격렬히 대치하는 우리 사회도 음모론을 잉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