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뚜껑이 성범죄 피고인의 자백을 받아냈다. 자신의 범행을 인정한 20대 남성은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중형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는 강간, 미성년자의제강간, 성폭력처벌법 위반, 특수감금,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A(24)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아동·청소년과 장애인 관련 기관 등에 7년간 취업제한, 7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내렸다.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3∼4월 교제하던 B씨를 6차례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있던 여성들의 나체사진과 성관계 영상을 B씨에게 들킨 뒤 결별을 통보받자 그를 찾아가 장기간 감금해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자신의 범행을 모두 부인했다. B씨가 증거로 제출한 39분짜리 영상에서도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찍힌 장면은 약 2분에 불과했다. 검찰은 영상 속 세탁기 플라스틱 뚜껑에 주목했다. 약 37분간의 범행 장면이 뚜껑에 비쳐 촬영된 사실을 확인하고 대검 법과학분석과의 영상 확대, 화질개선 감정을 거쳐 결정적 증거를 잡아냈다. 명백한 증거 앞에 A씨는 결국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다.
A씨는 당시 또 다른 성범죄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2022년 사귀던 여성을 강간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혐의에 미성년자를 간음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외에도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여성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까지 공소장에 더해져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다만 항소심에서는 피해자 중 한 사람과 합의한 점,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이 참작돼 형량이 다소 줄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러 각 범행을 모두 자백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 사건 각 범행 이전까지는 아무런 처벌 전력이 없으며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 한 명과 추가 합의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