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에서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된 800억원대 부당대출 사건이 적발됐다. 이는 앞서 기업은행이 공시한 2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퇴직 직원이 현직 직원인 배우자, 입행 동기 등과 결탁해 7년간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기업은행이 이번 금융사고를 축소·은폐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은행권의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비판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금감원은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기검사 결과, 기업은행에서는 전·현직 임직원과 배우자, 친인척, 입행 동기와 사적 모임, 거래처가 연계된 882억원(58건) 상당의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금융업은 고객 돈으로 영업하는 비즈니스로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가 매우 강하게 요구된다”며 “그런데도 금융사들이 이해 상충, 내부 부당거래 등 방지의무를 선언적으로 규정해 조직관리가 미흡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검사 과정에서 기업은행의 금융사고 축소·은폐 사실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이 지난해 8월 A씨 등의 비위행위 제보를 받고 9∼10월 자체조사를 통해 여러 지점과 임직원이 연루된 부당대출, 금품수수 등 금융사고를 인지했지만,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검사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은행의 2월 말 현재 부당대출 잔액은 535억원으로 이 중 17.8%인 95억원이 부실화됐고 향후 부실이 증가할 것이라고 금감원은 내다봤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이번 사건으로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금감원 감사 결과를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 빈틈없는 후속조치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정기검사에서는 농협조합에서 발생한 1083억원의 부당대출도 적발됐다. 2020년 1월부터 5년간 10년 이상 조합 등기업무를 담당한 법무사 사무장 B씨가 조합 임직원과 인맥을 바탕으로 매매계약서 등을 변조하는 수법으로 부당대출을 저질렀다.
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임차사택제도를 운영하면서 지원 한도·기간, 보증금회수 등과 관련된 내규 및 내부통제절차 없이 전·현직 임원에게 166억원에 달하는 고가 사택을 제공해 문제가 됐다. 사택을 제공받은 임원은 자신의 거래를 직접 승인하거나 사택 임차를 가장해 개인 분양주택 잔금 납부 목적으로 임차보증금까지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검사를 통해 확인된 부당대출 등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정 제재하겠다”며 “관련 임직원 등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고발·통보하고, 위법사항 및 관련자에 대한 명확한 사실 규명을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