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AI(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 AI에 뒤처지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성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AI 기술 발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가 최근 방한해 한국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한 말이다. 빠르게 진화하는 AI는 인류 문명을 바꿀 변수로 지목된다. 그동안 인류가 축적한 지식을 단기간에 습득하고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해결책을 찾아내는 AI를 통제할 수 있을까. AI가 만든 세상은 인류를 더 행복하게 만들까, 불행하게 만들까. 하라리 교수는 설사 AI가 지능을 넘어 ‘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해도 인간의 육체를 가질 수는 없다고 했다. 인간만이 육체를 통해 경험과 깨달음을 만들어내고,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고 공감하는 ‘인간성’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AI와 같은 과학기술이 극대화하면서 물질문명, 과학기술문명에 맞서는 인간성, 도덕(윤리)성 회복은 더욱 어려운 시대가 됐다. 물질주의, 효율성과 환금성이 우선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1인 가구의 급증, 저출생·고령화, 고독사와 고립·은둔 청년 증가 현상을 맞닥뜨리고 있다. 이런 문제들로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국가의 미래, 인류의 생존을 위한 새로운 가치관 확립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K문화의 확산과 함께 한국인의 심정(心情)과 효정(孝情)의 가치에 주목해야 할 배경이다. 기계화가 가속화하는 세상에서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정’의 가치야말로 인간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사람다움’을 위한 새 정신과 가치, 즉 심정사상과 효정문화를 새롭게 디자인해 세계 무대에 내놓으라는 시대적 요청 앞에 서 있다.
◆삶의 수행·치유로서의 효정
◆‘가정의 가치’ 전파하는 효정문화예술운동
오늘날 세계 각국은 과학기술시대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도덕과 윤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AI 문명 속에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로봇화’되는 세상에서 인간다움을 확보하고 공동체의 평화를 위한 가치관을 모색하고 있다. 인간의 본질을 따지자면 ‘생각’보다 ‘심정’에 가깝다. 고립과 단절은 심정, 즉 마음과 정을 마음껏 나누지 못해 생긴 시대적 질병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이가 명상을 하거나 자조모임을 갖기도 한다.
육체적인 부모를 넘어 하늘과 나를 연결하는 효정문화는 가정의 가치에 주목한다. 우리가 태어나 처음 만나는 상대가 바로 부모이다. 부모와 나는 서로 몸을 나눈 사이로서 우리가 ‘심정적 존재’임을 느끼게 하는 존재다. 그리고 이 상대적 관계에서 형성된 장이 바로 가정이다. 우리는 가정에서 다양한 심정의 세계를 경험한다. 부모의 심정, 부부의 심정, 자녀의 심정 등. 특히 부모의 심정(내리사랑)에 대한 자녀의 올리사랑(치사랑)이 바로 효정사상이고 효정문화이다. 효정의 마음은 낳아준 부모에 대한 본성적 위함이며 말뿐이 아닌 신체적 봉양을 통해 돌보려는 의지이다. 부모에 대한 사랑은 모든 사랑의 출발이고, 모든 예의의 시작이다. 김형효 전 한국학중앙연구원 부원장은 이를 ‘가정의 신비’라고 설명했다.
부모와 하늘을 모시는 효정문화와 사상은 횡적인 관계와 가치만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다른 가능성에 눈뜨게 한다. ‘효정’이라는 가치는 부모·자식 간의 ‘공감(共感)의 정신’에서 발생한 덕목이기에 이성의 도덕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시비비를 따지고 이해타산을 가늠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자식 간의 원초적인 인간관계에서 우러나는 효와 육친의 정(情)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도의(道義)세계 구현을 위한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는 다양한 문화 수단을 통해 만들어지고 전파되고 있다. 효·사랑을 주제로 한 영상 및 사진 공모전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생산·확산하는 효정문화예술운동이 대표적이다. 한류와 함께 온누리에 희망의 빛을 퍼뜨리는 ‘소명’을 품고 있다.
조형국 글로벌비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