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일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대미 무역흑자국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보복관세를 부과하거나 직접투자로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방안 등 다양한 대책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응책 중에서 미국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무역상대국이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는 즉 환율을 올리는 전략이다. 자국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할 경우 관세로 높아진 미국 내 수입가격을 낮추어 관세부과의 효과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으로 미국은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할 경우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하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제재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 스티브 마이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관세정책과 더불어 대미 무역흑자국의 통화가치를 평가절상하는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 구상까지 제안하고 있다. 대미 수출 비중이 20%에 달하고 있어 우리 정책당국의 올바른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먼저 환율운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관세정책은 환율 때문에 딜레마에 빠져 있다. 관세를 높일 경우 미국 수입물가가 높아져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어려워져 미국 달러가 강세가 되기 때문이다. 강달러는 무역상대국의 통화를 약세로 만들어 관세효과를 약화해 미국 무역적자를 줄이기 어렵게 만든다. 결국 무역상대국의 통화가치를 평가절상해야 미국은 관세효과를 높일 수 있다. 마러라고 합의 구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대미 무역흑자국에 대해 상호관세나 통화가치 평가절상 즉 환율인하 중 선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1985년 플라자 합의 때 일본은 엔화의 평가절상을 선택해 20년 이상 장기침체를 겪었다. 한국 역시 1990년대 관세와 자본자유화 중에서 자본자유화를 선택하면서 원화가치가 달러당 700원대까지 평가절상되었고 결국 무역적자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다. 중국은 이를 인지하고 미국의 자본자유화 요구와 환율전략을 경계하고 있다. 지금은 미국경기 호황과 한국 내 정치적 혼란으로 환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관세정책 이후에는 원화의 평가절상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높아질 것이 우려된다. 정책당국은 과도한 원화 평가절상 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등 향후 환율운용에 신중해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