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산불 피해 복구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도 추경 규모·범위 등을 두고 기싸움을 이어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격화하면서 국가적 재난과 민생경제 위기 해결을 위해 마주 앉은 여야가 샅바싸움에만 매진하는 모양새다.
여야 원내대표는 31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에서 만나 정부가 제안한 1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과 4월 본회의 일정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즉각적으로 정부의 추경 편성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을 강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0조원 추경’에 대해 “산불 피해라든가 인공지능(AI), 통상 문제 대응을 위한 시급한 추경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여당은 여야 간 이견 없는 추경안을 먼저 처리하고, 쟁점 사안은 별도 테이블에서 논의를 이어가자는 입장이다.
권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의 발언을 강하게 질타하며 맞섰다. 권 원내대표는 “현직 대통령 이름에 대통령 석 자를 붙이기에도 인색한 민주당을 보면서 상대 당에 대한 존중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윤석열, 윤석열 말하는 것이 듣기에 거북했다”고 꼬집었다.
4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두고도 여야는 날 선 대치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1일부터 상시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하고 2∼4일 현안질의 본회의를 열자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3일에 본회의를 열고 이후엔 필요시 여야 합의에 따라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민주당은 추경, 산불 대책, 민감국가 지정 문제 등을 논의하자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중대 결심’ 관련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권한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쌍탄핵’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야 간 수싸움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야당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4일 본회의를 개최하는 의사일정을 의결했다. 여야가 본회의 일정에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운영위 의결 절차가 국회의장의 본회의 소집 명분이 된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운영위 의결안대로 본회의가 열려 1일 한 권한대행과 최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3일 혹은 4일 탄핵안 표결이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