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관객이 즐길 만한 국산 애니메이션은 왜 이토록 적은가’ 하는 아쉬움에 공감하는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4일 개봉하는 3D 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이 그 갈증을 풀어줄 해결사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는 근미래. 로봇 관련 치안을 전담하는 국가 차원 조직 로봇관리대(RCC)가 활동한다. K로봇인더스트리가 출시한 새 로봇 ‘맥스’는 쇼케이스 현장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키고, 이를 처리하던 RCC 대원 ‘태평’은 혼수상태에 빠진다. 깨어난 태평은 자신이 로봇의 몸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를 잃은 K로봇인더스트리 후계자 ‘나나’는 삼촌 ‘강민’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처지가 되고, 맥스는 그런 나나를 지키려 애쓴다.
가까운 미래 한국 도심을 배경으로 폭풍처럼 소용돌이치는 액션은 관객의 신경에 물리적 연타를 날리며 직관적 쾌감을 선사한다. ‘스파이더 맨’처럼 자유로운데, 다른 한편 ‘트랜스포머’처럼 육중하게 맞붙으며 불꽃 튀고 전기가 오른다.
이대희 감독은 여태껏 국산 애니메이션에서 찾기 힘들었던 타격감 높은 액션과 현실감 넘치는 비주얼을 선보인다. 횟집 생선의 시선을 그린 장편 데뷔작 ‘파닥파닥’(2012)으로 이름을 알린 이래 3D 애니메이션이라는 한 우물을 깊고 넓게 파는 중인 그를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에서 만났다. ‘파닥파닥’ 개봉 직후부터 구상한 시나리오라니, 12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나나 캐릭터는 보호받는 존재이지만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소녀다.
“위험에 처했다 구출되는 아이가 등장하는 영화들을 보면 아이 캐릭터가 대상화되기 마련인데, 그게 싫었다. 나나가 처한 상황만 놓고 보면 불쌍한 아이인데, 불쌍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위협이 닥쳐도 쫄지 않는 아이. 어찌 보면 자기중심적인 성격인데, 그것 또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애니메이션 종사자들의 과중한 작업량은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이번 작품은 특별히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3D 애니메이션 특성상 캐릭터에 상처가 하나 추가되는 것을 표현하려면 캐릭터를 아예 하나 더 만들어야 한다. ‘맥스’ 경우 시간이 흐르며 꼬질꼬질해지고, 눈 부분이 깨지고, 곳곳이 긁히고, 다리 부서지고 하며 캐릭터를 70개 정도 만들었다. 액션씬이 계속되며 계속 상처가 생기니까. 다행인 건, 팀 전반에 ‘힘들어도 해보자’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많은 제작진이 ‘미스터 로봇’의 스타일을 좋아해 줬다. 이런 하드코어 스타일을 만들고 싶어서 애니메이션 업계에 들어왔는데, 유아용만 작업하니 갈증이 있었다, 이번 작업을 하게 되어 신난다는 분들이 많았다. 그런 열정들이 모여 작품의 퀄리티, 밀도가 훨씬 높아졌다. 각 스태프가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살려 시나리오를 쓱 바꾸기도 했다. 물론 중간에 힘들어서 나간 분들도 많이 계신다.”
―‘미스터 로봇’의 후속편도 있을까. 그 밖의 차기작 계획은.
“후속편의 시나리오는 다 썼다. RCC 정수정 대장을 비롯해 세계관 확대해 더 풀려야 할 라인이 있는 것 같다. 바로 다음 작품은 그 작품은 아니고, 조선 숙종 때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SF 액션물을 계획하고 있다.”